사설

[사설]인제 `여초서예관' 문자예술문화 전당이 되려면

인제 여초서예관이 5일 개관했다. 북면 용대리 백담사만해마을 인근에 조성된 박물관 시설이다. 인제군이 100억 원(국·도비 포함)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건립했다. 이 지역에서 말년을 보내고 2007년 타계한 서예가 여초 김응현 선생의 유혼을 받들어 선양하는 중심지로 세운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작품과 유품도 충실히 확보하고 있어 또한 고무적이다. 명소로 가꾸고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과제여서 관심을 갖게 된다.

여초는 중국과 일본에까지 명성을 떨쳤을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다. 옛 선비들이 다듬어 온 전통 서예의 맥을 이으며 자신의 필법과 예술정신을 정립했음은 물론이다. 그가 설립한 동방대학원대학교는 교육부로부터 명실공히 인가받은 석·박사과정의 정규대학원으로 서예와 미술뿐 아니라 동양문화 전반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그는 인제 내설악 품에 안겨 생을 정리했다. 그는 생전에 인제군에 2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했고, 유족들도 유품을 여초서예관에 소장케 했다. 7,397점의 소장품이 예인으로서의 삶과 정신의 면모를 가늠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초서예관은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실, 생애관과 교육공간, 관람객 편의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백담사와 백담사만해마을, 한국시집박물관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관건은 이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국서예문화의 전당이자 문자예술 체험공간으로 각광받을 수 있어야 제구실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 인제군의회가 2013년 예산 심의에서 여초서예관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애써 마련한 시설을 관리나 하는 형편이라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유명했던 한 서예가를 떠받들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은 게 결코 아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을 끌어들이자는 식에 국한되면 더더욱 곤란하다. 근본 목적은 한국의 서예문화, 질 높은 지역문화를 창출하는 생산시설로 자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관련 콘텐츠를 충실히 확보해 국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개관은 곧 운영의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다. 여초서예관은 누가 뭐라 해도 인제의 문화적 자산이다. 활성화를 위해 인제군과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지혜를 발휘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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