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강원도도 사회적 경제를 선포하고 조직을 강화하는 등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지원이 끊긴 사회적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협동조합은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콘셉트와 방향성이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수적 양산에 머물고 있다. 이대로는 심각한 경제현안을 풀 수 있는 대안으로서 뭔가 부족함을 부인할 수 없다. 먼저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서 사회적 경제가 기존의 경제체계와 별개로 추가되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 시스템의 연장 선상에 있는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위주로 산업화에 성공한 우리 경제에 사회적 경제가 어떻게 접목되어야 하는가, 또한 산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강원도에 있어서 사회적 경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의 고민이라고 할 것이다.
사회적 경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경쟁원리하에서 창의성과 효율성을 존중하면서도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관계를 형성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있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이념, 제도, 금융을 그 근간으로 한다. 우선 이념은 경제 자유주의와 사회적 형평의 조화를 목적으로 한다. 자유경쟁과 창의성, 효율성의 기반인 시장원리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공정한 경쟁을 확보하고 그 부작용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간섭을 의미하는 '제도'를 필요로 한다. 경제의 지속적 성장이야말로 개인의 자유와 복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에 불공정경쟁, 시장의 실패, 독과점과 분배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공정한 심판자를 더하자는 것이다. 이 점에서 영미식 자본주의와 과거의 사회주의로부터 구별되는 제3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국가가 질서유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제도'인데 이런 대표적인 제도로 반독점법, 공정거래법, 중소기업지원특별법, 사회보장제도와 누진세제 등이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은 중소기업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기업행위를 제한함으로써 대-중소기업 관계를 규정하는 전제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면에는 '관계형 금융'이 있다. 금융제도에 있어서 미국식의 시장주의와 달리 독일은 은행주의를 택하고 있다. 특히 지역 금융기관들이 지역 중소기업과 장기간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관계형 금융의 결과 금융위기에도 무난히 대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신협과 저축은행이 바로 이러한 대표적 지역 금융기관인데 전국 1,600여 지점에 수신 76%, 여신 42% 점유비를 자랑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가 구호나 일시적 행정 조직으로 실현 가능할 리 만무하다. 영리기업, 사회적기업 또는 협동조합이라는 조직 양태에 그 해답이 있기도 어렵다. 근본적으로 시장원리에서 출발하되 기존 경제의 지속 가능한 연장선상에서 형평의 이념에 맞게 경제의 틀이 개편되어져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전국과 지역을 불문하고 현명하고 공정한 심판자가 아닐까 한다.
<강원일보·한국분권아카데미 공동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