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세기의 사냥꾼<9828>

동물원의 귀빈들 ①

1900년 초 총독부는 창경궁을 인수하고 이름을 창경원으로 바꾼 다음 1912년 경내에 하마사를 신축했다. 동물원은 그전에 만들어져 사자 범 표범 곰들이 입주하고 있었으나 하마사는 특별한 시설이 필요했기 때문에 늦어졌다. 그 녀석을 모실 사옥은 아프리카의 기온과 같은 온도를 유지시키기위해 스팀보일러가 필요했고 녀석이 들어가 살 풀이 필요했다. 풀이 붙어있는 호화저택이다. 풀은 너비가 13㎡ 깊이가 1.8m였고 한겨울에도 20도 이상의 수온을 유지시키기위해 냉온수가 공급되게 되어있었다. 경성(京城)장안에서는 유일한 특급 풀이었다. 독일의 어느 동물원에서 보내준 암컷 하마를 보고 하마사를 관리할 직원은 입을 딱 벌렸다. 그들이 앞으로 모셔야 할 귀빈은 괴물이었다. 하마는 몸무게가 4톤이나 되었으며 육상동물들 중에서는 코끼리 다음가는 거물이었으나 녀석의 어깨높이의 키는 2.5m가 되지 않았다. 다리가 짧고 약해서 몸무게를 감당 못해 뒤룩 뒤룩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녀석의 상판은 더 기괴했다. 눈과 귀는 개보다도 작았는데 아가리는 쌀 한 가마가 그대로 들어갈 정도로 컸다. 아가리에는 길이는 1.2m나 되는 어금니가 박혀있었는데 녀석이 그 아가리를 벌려 천적인 악어를 물고 그 이빨로 씹으면 악어는 두 동강이 난다는 말이었다. 창경원 하마사에 도착한 괴물 하마는 전신에서 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마는 오래도록 물에 들어가지 못하면 온몸 피부에서 피땀을 흘렸는데 그때 몸에서 스며나온 붉은 액체는 피가 아니라 그 피땀이었다. 우선 하마에게 먹여야만 했다. 창경원 동물원 하마 관리인들은 독일의 동물원에서 보내준 메뉴에 따라 새로 들어온 귀빈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보리개 감자 고구마 비지 각종 야채와 과일 등이 석유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만든 밥그릇에 수북하게 담겨 나왔는데 그 무게가 40㎏이었다. 그러나 그건 한 끼의 식사량이었으며 하마는 하루에 그 한끼로는 배가 차지 않아 두 끼를 제공해야만 했다. 하마는 드럼통 밥그릇에 담겨 나온 식사를 거뜬히 먹었다. 다음은 풀에 넣어 목욕을 시켜야만 했다. 목욕이라지만 하마는 육상동물이었으나 땅위에서보다 물속에서 더 오래 사는 짐승이었다. 독일에서 한국에 오기까지 제대로 물에 들어가지 못했던 하마는 이미 전신에서 피땀을 흘리고 있었으며 풀을 보자 후다닥 뛰어들어 갔다. 새로 만든 풀의 물은 맑았고 따뜻했다. 하마가 그 물속에 뛰어들어 간 것을 보고 관리인들은 만세를 불렀으나 그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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