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차가 취미인 사람들
'디테일링' 인구 급증
춘천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의현(26)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차량을 한 달에 서너 번씩 '디테일링' 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세차에 이은 광택작업까지 한 번에 5~6시간은 족히 걸리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작업을 마치고 새 차처럼 반짝이는 자신의 애마를 보면 흐뭇한 미소가 나온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이씨를 따라 '디테일링' 용품을 공동구매하며 '디테일러' 대열에 합류한 친구들도 늘고 있다. 이씨는 “디테일링을 하다보면 스트레스까지 해소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새차같은 차량 상태 유지가 목적
전문도구 사용 5~6시간씩 작업
“즐기면서 세차 스트레스도 해소”
동호인 늘며 관련업체 잇따라 개점
■'디테일링'이란?='디테일링'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자동차 관리 문화를 말한다. 차량의 내·외부를 신차 출고 당시의 상태로 복원·유지하는 것이 디테일링의 핵심이다.
세차 시 발생하는 도장면의 미세 스크래치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인 셈이다. 이를 위해 풍성한 거품을 쏘는 '폼건'과 고밀도 스펀지, 물기 제거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이버 소재의 극세사로 이뤄진 드라잉타월을 이용한다.
또한 묵은 때를 벗기는 페인트 클렌저와 왁스·실란트 등의 약품으로 차량의 광도를 유지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주행 중 작은 돌멩이 등으로 인해 도장면 일부가 뜯겨 나가는 현상인 '스톤칩'을 보수하는 '레벨링'과 뿌옇게 변한 헤드라이트의 복원, 듀얼 폴리셔 등의 광택기계로 차량 전체를 폴리싱하는 작업은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디테일링의 '끝판왕'으로 여겨진다.
'셀프세차'라는 이름으로 거품 솔로 차량을 닦고 '막타월'로 물기를 제거하는 현실에서 디테일링은 생소한 개념이지만 4~5년 전부터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내 차는 내가 관리한다'는 일명 '디테일러'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네이버 카페 '디테일링포럼'의 운영자이자 SBS '생활의 달인'에서 '셀프 세차의 달인'으로 출연한 바 있는 정광재씨는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디테일링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의 가입이 늘고 있다”며 “소유 차량을 단순히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오랫동안 관리하며 탈 수 있는 디테일링 정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세차가 비누로 세수하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디테일링은 묵은 때를 밀고, 스킨과 보디로션을 바르는 등 전반적으로 스킨케어를 받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디테일링 저변 넓어져=도내에도 디테일링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서고 있다. 춘천과 원주, 동해, 홍천 등에는 폼건 등 디테일링에 필요한 기본 시설이 갖춰진 셀프 세차장이 자리를 잡았다. 동해에 사는 엄준호씨는 “기존 세차장에서는 빨리 세차를 하고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생각에 디테일링을 즐기기 어려웠다”며 “최근 생겨나는 셀프 세차장은 오랜 시간 머물러도 눈치가 보이지 않아 좋다”고 했다. 지난해 4월 원주시 단구동에 전문 디테일링숍 '오토매직디테일러'를 연 김남준 대표는 “체계적인 차량 관리를 위한 시설을 만들고 싶어 디테일링숍을 열었다”며 “디테일러들이 원하는 시설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사업 전망도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테일링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몰의 수도 급증세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해외에서 생산된 디테일링 관련 제품은 해외직구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 디테일러 인구가 늘며 이를 취급하는 국내업체의 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 춘천시 중앙로에 위치한 자동차 케미컬 유통회사인 (주)프로통상 안정호 대표는 “자동차 광택작업에 이용되는 듀얼액션 폴리셔와 양모패드 등 전문가용 제품을 최근에는 일반 디테일러들도 많이 찾는다”며 “디테일링 시장이 커지고 저변도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3년차 디테일러인 문상훈(36·원주)씨는 “주변에서 너무 유난을 떨며 세차하는게 아니냐는 핀잔을 주기도 한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 다음으로 비싼 품목이면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자동차를 관리하는데 너무 소홀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바른 자동차 관리 문화가 폭넓게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대호기자 mantoug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