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개정 불구 예산 탓 방치 … 운전자 안전 위협
한국도로공사 “내년부터 일부 구간 LED 등 설치”
직장이 있는 춘천에서 업무상 도내 곳곳을 출장 다녀야 하는 이모(34·춘천)씨는 자가용으로 고속도로를 지날 때면 늘 불안하다. 이동할 때마다 10여개 이상의 터널을 드나들어야 하지만 대부분 어두워 속도를 줄이면서 운전대를 부여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화창한 대낮에 어두운 터널을 들어갈 때와 다시 환한 밖으로 나올 때마다 시야 확보가 금방 안되다보니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이씨는 “조명 밝기를 높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터널 평균도 기준치 이하= 도내 고속도로 터널 내 조명시설의 밝기가 기준보다 턱없이 낮고 어두워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강원일보가 한국도로공사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지난해 도내 고속도로 내 전체 터널에 대한 밝기 측정 결과를 확보, 입구부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영동선과 중앙선, 동해선 등에 위치한 43개 터널 중 입구부의 조도기준(2,600럭스·lx)을 충족시킨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실제 영동고속도로 내 진부3터널은 입구부 조도가 1,822럭스(lx)로 기준보다 무려 778럭스나 모자랐다. 1럭스는 표준양초 1개가 1m의 거리에서 1㎡의 면적에 비춰지는 양을 의미하기 때문에, 진부3터널이 604m임을 감안하면 단순계산으로 약 46만 개의 양초가 켜진 만큼의 밝기가 더 있어야 기준에 다다른다는 뜻이다. 또 대관령7터널의 경우도 1,840럭스에 불과했고 중앙고속도로 치악1터널(1,843럭스)과 원창터널(1,854럭스),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1,855럭스)도 기준을 밑돌았다. 43곳 터널 입구의 평균 조도 역시 1,900럭스에 불과했다. 도내 터널들끼리도 차이가 커 서울-양양고속도로 동산2터널은 2,030럭스로, 진부3터널과는 208럭스의 차이가 났다.
■ 예산상의 문제가 원인= 이처럼 도내 고속도로 터널들의 밝기가 기준에 미달하는 것은 지역내 고속도로가 대부분 오래되다보니 지난 2010년 개정된 조도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는 2001년에, 서울~양양고속도로 일부구간과 동해고속도로는 2009년에 완공됐다보니 고속도로내 터널의 밝기 역시 그 이전의 기준을 따랐던 것이다.
문제는 조도 기준이 높아진 이후 터널 내부의 조명시설도 교체가 이루어져야 했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지금까지 한번도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 관계자는 “현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압나트륨 등을 추가 설치하거나 LED 조명등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워낙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고 교체구간이 많아 예산 편성이 힘들지만 내년부터 영동선 일부 구간부터 LED 조명등 설치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위험구간부터 바꿔야= 전문가들은 위험터널부터 시급히 조명시설 교체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훈 강원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조명 설계, 전선 시공 등 여러 분야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단기간에 새로운 터널 조명 기준을 기존 터널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사고다발구간 등 위험도가 높은 터널부터 우선적으로 LED등을 도입해 조명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소 박사도 “운전자의 암순응(어둠에 적응하는 능력)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날씨 또는 주·야간에 따라 터널 안 조도가 달라져야 한다”며 “입구부 조명밝기를 반드시 기준에 맞춰 설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강경모·정윤호기자
조도(lx) = 전구에서 나온 빛이 일정한 면적을 비출 때 면적에서의 밝기로, 조도의 단위인 럭스(lx)는 표준양초 1개가 1m의 거리에서 1㎡의 면적에 비춰지는 양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