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를 갓 넘어선 1961년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의 자살 공화국이었다. 자살률 27.2명으로 미국(10.8명)의 2배가 넘었고 일본(21.3명)보다도 높았다.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강행군에 강행군을 거듭한 압축 성장의 1970~1990년대 우리는 시대의 그늘에 눈감았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건강 통계 2015'를 최근 발표했다. 2013년 기준 OECD 회원국의 자살로 인한 평균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0명이었다. 한국(2012년 기준)은 이보다 훨씬 많은 29.1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였다. '개인의 선택' 영역으로 놔두기엔 29.1명이라는 무게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도내 자살률은 10만 명당 32명(2013년 통계청 기준)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올해 도내 자살예방사업에 투입된 예산만 총 62억 원이다. ▼서울시는 2012년 자살 방지를 위한 '생명의 다리' 캠페인을 마포대교에서 시작했다. 다리 난간에 다가가면 “밥은 먹었어?” “무슨 고민 있어?” 등 위로의 말이 켜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2012년 한 해 15명이었던 마포대교 자살기도자 수는 2013년 93명으로 6배, 2014년엔 184명으로 12배가 됐다. 이른바 '흰곰 효과'다. 미국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는 1987년 실험 참가자를 두 패로 나눠 한쪽엔 “흰곰을 생각하지 말고 계속 말하라”고 주문했다. 다른 쪽엔 반대로 “이야기하되 흰곰을 떠올려도 된다”고 했다. 결과는 금지당한 쪽이 더 자주 흰곰을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낳은 아이러니다. 역효과 논란을 불렀던 이 캠페인이 이달에 끝난다고 한다. ▼자살 충동은 스스로의 의지로 극복해야 한다.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 등 삼독(三毒)을 끊어 내는 수행도 필요하다. 그러나 자살 예방의 최선의 백신은 절망하는 이웃에 관심을 갖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