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희령 부근 민긍호 이름 선명
'사졸 150명과 함께 왔다' 기록
방문객들 바위 흔적 인지 못해
춘천문화원 “자세한 연구 필요”
3·1절을 앞둔 27일 춘천시 북산면 청평사의 삼층석탑으로 향하는 언덕, 환희령 부근 넓은 바위에는 조선말기 민긍호(1865~1908년) 의병장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청평사로 향하는 길목에서 사찰을 700여m 남겨둔 지점 우측으로 징검다리를 건너면 발견할 수 있다.
낙엽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바위의 크기는 약 가로 1.5m, 세로 1m 정도. 세월에 이끼가 끼어 자세히 봐야 했지만 오른쪽 윗부분에 민긍호 의병장의 이름이 분명히 새겨져 있었다.
춘천문화원 설명에 따르면 바위 오른쪽 위부터 좌측 방향으로 적힌 이름은 민긍호, 김치권, 손윤익, 이사용 등이다. 이와 함께 '사졸백오십인'이라는 글자도 눈에 띄었다.
강원사진연구소가 2015년 발간한 '돌 위에 핀 춘천문화'도 민긍호 의병장이 사졸 150명과 함께 왔다 갔다는 이 기록을 전하고 있다.
민긍호 의병장은 1908년 2월 치악산에서 일본군과 교전 중 순국했으며 항일 독립전쟁의 숭고한 정신을 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 의병장은 1897년 입대 후 대한제국 군인으로 활동하다 원주 진위대에서 근무 중 군대 해산에 분개, 도내에서 의병을 일으켰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다만 삼층석탑을 향하는 사람들은 길 옆 바닥에 누워있듯 위치한 바위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바위는 쌓인 낙엽과 이끼에 감춰진 상태였고 이를 알리는 알림판 등이 없어 방문객의 관심을 모으기 어려워 보였다.
일행과 주변을 지나던 김미선(62)씨는 “바닥에 이런 글씨가 있는 줄 전혀 몰라 삼층석탑에만 관심을 갖고 걷던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연구와 함께 보존이 필요하다 보고 있다.
춘천문화원 관계자는 “1905년 전후로 민긍호 의병장이 춘천을 방문한 것까지 추정이 가능하다”며 “암각된 글씨를 바탕으로 자세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나리기자 kwna@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