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생전 '내가 죽어 보는 날'이라는 시를 통해 자신의 죽음을 이렇게 노래했다.
부음을 받는 날은
내가 죽어보는 날이다
널 하나 짜서 그 속에 들어가 눈을 감고 죽은 이를
잠시 생각하다가
이날 평생 걸어왔던 그 길을
돌아보고 그 길에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
그 길에서 헤어졌던 그 많은 사람
나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
나에게 꽃을 던지는 사람
아직도 나를 따라다니는 사람
아직도 내 마음을 붙잡고 있는 사람
그 많은 얼굴들을 바라보다가
화장장 아궁이와 푸른 연기,
뼛가루도 뿌려본다
'적멸을 위하여' 조오현 문학전집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