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컨테이너 방안 40도 숨이 턱턱 … 선풍기 하나로 겨우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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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산불 이재민들 `폭염과의 사투'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최옥단(72)씨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선풍기 앞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고 있다. 고성=권원근기자

올 3월 고성지역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긴 지난 25일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는 고성군 죽왕면 가진리의 한 임시거주시설을 찾았다.

차에서 내리자 뜨거운 열기에 숨이 콱 막혔다. 임시주택 앞에 있는 개 2마리도 더위에 지쳤는지 짖지도 않고 드러누워 방문객을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 4~5차례 인기척을 하자 백발의 어르신이 출입문을 열고 나왔다. 4개월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최옥단(여·72)씨.

그는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기 위해 손수건까지 두르고 있었다. 19여㎡(6평) 남짓한 작은 컨테이너 임시주택 방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어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무더위에도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방으로 들어오도록 창문 2개는 활짝 열어놨다.

틀어 놓은 선풍기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흘러나와 있으나 마나였다. 하지만 최씨는 “이마저 없으면 여름에 생활할 수 없다”고 했다.

방에 5분여 앉아 있는데 이마와 등줄기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이 모습을 본 최씨가 “조금 있으면 햇볕이 집 안으로 들어와 방 안이 바깥보다 더 덥다”며 집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이 같은 살인적인 더위에도 불구하고 이재민들은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에 의존한 채 더위와 사투 중이다. 임시주택에는 냉방시설 배관이 실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지만 임시주택을 지원받을 당시 전해 들은 “벽에 구멍을 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잘못 이해해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고 있었다.

이재민들은 낮에는 컨테이너 임시주택에서 나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고 해가 지면 집으로 들어가는 게 일상사다.

이재민들은 “집을 잃고 싶어 잃은 것도 아닌데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피해 보상은 감감무소식이고 임시주거시설을 지원한 이후에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지난 3월 고성 산불로 주택 5채가 전소되고 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고성=권원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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