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20일 만에 등장한 장소로 비료공장을 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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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평남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함께 참석해 준공테이프를 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건강이상설, 사망설 등 온갖 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등장한 장소로 비료공장을 택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일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노동절이었던 지난1일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아 준공식 테이프를 직접 끊었다.

평안남도 순천시에 위치한 순천인비료공장은 북한이 농업생산을 늘려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소하고자 2017년 7월 16일 착공한 공장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7일 올해 첫 현지지도 장소로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선택한 배경에는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보여 주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장기화한 대북제재로 화학비료 수입이 어려운 데다 가축 수가 한정된 탓에 가축 분뇨를 원료로 한 퇴비 공급도 원활하지 않았다. 비료의 질은 농업 생산량과 직결된다.

특히 근래 몇 년간 식량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일찌감치 국경을 봉쇄하면서 식량 수급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비료공장 완공을 선언한다면 북한 주민들 입장에선 적잖은 심리적 위로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실제로 준공식에서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크나큰 노고를 바쳐오신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서 현대적인 순천인비료공장이 섰다는 보고를 받으시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이제는 우리 농업 근로자들이 마음 놓고 당이 제시한 알곡 고지를 점령하는 데 전심할 수 있게 되었다"며 "순천인비료공장의 완공은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이후 이룩한 첫 성과"라고 자찬했다.

재등장 시점을 '노동절'로 선택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노동절에 공식행사에 참석한 사례는 집권 초기인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뿐이었다.

집권 첫해였던 2012년에는 평안북도 대관유리공장과 기계공장을 찾은 뒤 은하수음학회 공연을 관람했고, 이듬해에는 인민보안부를 시찰한 다음에 보건부문 근로자들의 체육경기를 관람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주요 간부들만 노동절 경축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최고지도자가 나서서 노동자들의 단결과 혁신을 주문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건강이상설 때문에 서둘러 공개행보에 나선 건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북한 내부의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외부 시선과 관계없이 북한의 자체적 스케줄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라며 "어제가 공장이 문을 열 시기여서 행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다만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가 없었던 지난 20일간 북한이 무슨 일을 했을지는 규명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망설'까지 나돌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재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북한 언론의 보도가 주말인 2일 나오자 외신들도 일제히 관련 소식을 긴급 타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오전 6시5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활동 보도" 제목의 긴급 타전을 시작으로 "북한 지도자 김정은,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등의 기사를 잇달아 속보로 내보냈다.

AFP통신은 오전 6시 12분 연합뉴스를 인용한 첫 보도에 이어 준공식 당시 상황과 김 위원장의 발언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AFP는 준공식 참석자들이 큰 소리로 환호했으며, 김 위원장은 공장을 시찰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일성 주석이 "현대화된 인비료공장 건설 소식을 들으셨다면 아주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교도 통신은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중태에 빠졌다는 추측이 이어진 가운데 약 3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AP는 20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이 노동절이었던 전날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순천 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소식을 속보로 신속 타전했다.

이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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