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게이가 알려주는 ‘블랙수면방’의 실체… "동물의 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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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 확진자와 양평군 확진자가 4일 오전 0시 30분부터 5일 오전 8시 30분까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블랙수면방’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블랙수면방은 방역소독 후 휴업을 결정했다.

동성애자 출입 사우나로 알려진 블랙수면방은 게이들 사이에선 ‘찜방’ 등으로 불린다.

이곳은 게이들이 성적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장소로 어둡고 비좁은 실내에서 무분별한 성행위가 이루어지며, 금요일부터 주말까지는 신발장이 꽉 찰 정도로 인기라고 전해진다.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게이가 알려주는 이번 사태 심각성’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20대 게이라고 소개한 글 작성자 A씨는 "내가 대표성을 가지는 건 아니지만 다수의 게이들이 이렇다"면서 글을 시작했다.

A씨는 이번 이태원 클럽발 사태에 대한 게이들의 반응을 전했다. 그는 "발 넓은 사람이나 SNS를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은 뉴스 터지기 하루 이틀 전 미리 알았다. 클럽 소독하고 행정명령서 붙은 사진이 이미 게이 커뮤니티에서 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날부터 해당 확진자 신상 캐내고 욕하고 장난 아니었다. 일반인들보다 내부에서 욕을 더 했다"며 내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알렸다.

A씨는 황금연휴와 맞물린 ‘이태원 클럽 3주년’에 대해서도 말을 남겼다. A씨는 "황금연휴에 클럽이 3주년을 맞아 조선 8도 지방에 사는 게이들이 전부 상경해 이 난리가 난 것"이라며 "마스크도 대기할 때만 쓰고 클럽 안에서는 미모 자랑한다고 벗는다"고 전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태원 클럽은 질본에서 신용카드 사용 내역 추적과 기지국 조회를 통해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태원 클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블랙수면방을 언급하며 "이제 진짜 헬파티 시작"이라고 썼다.

"은어로는 찜방으로 불리는 불랙수면방이 진짜 헬파티 시작이라고 본다. 왜냐, 여기는 동물의 왕국이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수건 하나만 걸치고 1평 남짓한 공간에서 그 짓을 한다"고 밝힌 A씨는 "문제는 이런 곳은 질본이 확진자나 접촉자를 추적하는 모든 방법이 안 통한다"고 경고했다.

A씨는 "이곳은 99% 현금결제다. 카드 내역 조회가 안 된다. 핸드폰은 들고 다니면 도둑 맞기 때문에 락커에 넣어놓고 꺼놓는다"면서 "이런 곳엔 CCTV도 없다"라며 추적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찜방 접촉자들은 절대 검사 안 받을 거다. 차라리 죽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면서 현 상황을 전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건 아웃팅 때문"이라는 A씨는 "동선공개되면 가족들이 전부 알게 되고, 직장에서 잘리고 끝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정부에서 이걸 어떻게 해결할지 내가 봐도 답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A씨는 "코로나19와 상관없는 성적지향에 대한 혐오표현과 모든 동성애자들이 찜방을 갈 것이라는 일반화는 삼가달라"며 거듭 강조했다.

"혐오가 심해질수록 검사 받으러 안 간다. 죽어도 안 간다, 정말"이라며 A씨는 이번 사태로 난무하게 된 혐오표현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발 감염자가 속출하자 지난 9일 강남 소재 유흥시설 225개소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기도는 지난 10일 도내 모든 클럽 등의 유흥시설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블랙수면방을 다녀간 출입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와 대인접촉 금지 명령을 발령했다.

이태영 기자·주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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