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재구(姜在求) 소령은 헌신과 용기로 대표되는 인물이다. 1937년생으로 서울고를 거쳐 1960년 육사 제16기생으로 졸업하고 육군 소위에 임관된다. 대위 진급 후 부인 온영순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을 둔다. 한국의 베트남전쟁 파병이 결정되자 파병부대에 자원했고, 수도사단 제1연대 제10중대장에 보직된다. ▼이때까지는 전도유망했던 한 육군 간부의 모습이었다. 1965년 10월 베트남 파병에 앞서 홍천군 북방면에서 수류탄 투척훈련 중 부하 사병의 실수로 중대원들 한가운데에 수류탄이 떨어진다. 강 대위는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수류탄을 덮쳐 스물여덟 청춘에 장렬히 산화했다. 그 덕에 부하들은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사후 희생정신을 기려 소령으로 1계급 특진됐다.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다. 한동안 문제 되던 이기주의·개인주의를 뛰어넘어 단절과 고립 상태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을 깎아내려야 내가 부각된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다. 강 소령의 순간적인 판단은 평소의 신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사건 한 달 전 중대장 시절 그가 썼다는 진중일기 중에 이런 문구가 있다. “내 부하들을 위해 내 몸을 바쳐서라도 좋은 지휘관이 되리라. 군대는 나의 아내이며, 영원한 안식처이다.” ▼사후 이듬해인 1966년 고은아·강신성일·황정순 주연의 영화 '소령 강재구'가 제작됐다. 강 소령의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1986년 산화 장소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에 강재구기념관이 건립됐다. 육군은 '재구상'을 제정해 해마다 모범 중대장을 시상한다. 호국보훈의 달이다. 홍천군 북방면 성동리에 위치한 강재구공원을 방문하면 산화 당시 착용했던 강재구 소령의 전투복을 비롯해 생도 시절의 일기, 유도부에서 입었던 땀이 밴 유도복, 그가 즐겨 읽던 서적, 무공훈장증, 분대장 시절 생도들의 신상을 기록한 비망록, 중대장 시절 사용한 지휘봉 등을 접할 수 있으며 교육적 효과도 크다.
최영재 부장·yj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