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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능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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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죽왕면 문암2리 항구 뒤편 해안에는 하얀 파도가 기묘한 바위에 부서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능파대(波臺)다. 능파(波)는 '급류의 물결' 또는 '파도 위를 걷는다'는 의미로 미인의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뜻한다. 조선시대 강원감사가 도내 순시 중 파도가 해안가의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능파대라 이름을 지었다고 알려졌다. 바위에 음각된 능파대 글자는 봉래 양사언 선생의 친필 휘호로 알려졌지만 오랜 세파에 그 자태가 희미해 서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아름다운 능파대의 풍경은 한시로 남아 있다. '명사를 거닐다 옥봉우리에 올라보니/ 푸른 파도는 연이어 허공에 방아를 찧네/ 긴 피리소리 한번에 석 잔 술인데/ 오늘은 나그네 흥취에 젖어가네.' 이 한시는 조선시대 문신인 구사맹(1531~1604년)의 팔곡집에 실려 있다. ▼'파도를 능가하는 돌섬'이라는 의미의 능파대는 파도가 몰아쳐 바위를 때리는 모습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암석은 바다의 염풍화 작용을 받아 벌집과 같이 구멍이 뚫린 타포니가 발달해 있고 그 크기 또한 다양하다. 이러한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고성에는 능파대를 비롯해 진부령, 화진포, 고성 제3기현무암, 송지호 해안 등 5곳의 지질명소가 있다. 지질공원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유네스코가 마련한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 등 3대 자연환경 보전제도 중 하나다. ▼10일 고성지역 27개 해수욕장이 일제히 개장한다.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으로 바닷가를 찾는 피서객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으로 부담이 클 것이다. 고성은 우리나라의 지질과 지형 발달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지질유산을 보유하고 있어 해수욕과 함께 색다른 피서 여행으로 손색이 없다.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오늘부터 개장하는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재충전하자. 고성에서는 유서 깊은 능파대의 매력을 덤으로 느낄 수 있다.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파도와 같은 시원한 휴가를 기대해 본다.

권원근부장·stone1@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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