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해외 원전 수주부터 정비·해체까지…에너지 종합 컨설팅 나선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심은석이 만난 사람 - 춘천 출신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춘천 출신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이 심은석 사회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강원도가 나갔던 청년들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청년들이 꼬이는 지역이 되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 위쪽부터)

최근 월성1호기 폐쇄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에 관심이 집중됐다. 2018년 4월 취임한 춘천 출신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는 1983년 행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해 지식경제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잔뼈가 굵었고 동기 중에 가장 먼저 1급 승진을 하는 등 행정관료로서의 전문성도 인정받았다. 학교는 서울에서 다녔지만 공직 생활을 이어 가는 동안 태를 묻은 강원도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강원도 출신의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지난 3일 서울 일정이 있었던 정 사장을 한수원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한수원의 현재와 미래, 고향 강원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추세…천연가스·수소 역할 커질 것

세계 최대 새만금 수상태양광 추진 등 친환경에너지 보급 선도

재생에너지 특성에 맞춰 소규모·소용량 발전소 늘어날 전망

강원도는 청정지역이라 바이오·의료기가 중심으로 성장해야

■한수원을 친환경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 취임 일성이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지요=저는 한수원이 신재생에너지나 원전 수출, 원전 해체 역량을 확보하고 나아가 에너지 종합 컨설팅을 할 수 있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수원은 국내 원전 해체사업자로 고리1호기, 월성1호기 등 영구정지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고, 해외 해체시장 진입을 목표로 원전해체연구소와 중수로해체기술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요. 세계 최대 규모인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UAE 원전 이후 새로운 원전 수출을 위한 노력도 이어 가고 있습니다.

■큰 줄기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선도와 해외 원전 수주 활동으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지난해 울산에 있는 현대자동차 출고차 대기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고 내년까지 총 27MW(메가와트) 규모의 발전단지가 완공되면 연간 1만여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합니다. 현대자동차와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ESS(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는 사업을 공공기관 최초로 추진 중이지요. 또 서울 마포, 경기 화성, 부산 해운대에 이어 인천 동구, 서울 강동, 암사에도 연료전지발전소 건립을 계획하고 있어요. 전남 신안에서는 염전 부지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국내 최초의 주민 주도형 대규모 태양광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외 원전사업을 체코 신규 원전 수주는 물론 원전 건설부터 운영, 정비, 해체에 이르는 원전 전주기 산업으로의 진출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체코 신규 원전사업 참여 의지가 강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루마니아, 체코를 방문하는 등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해외 원전사업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요=체코 신규 원전사업은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수원의 성공적인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경험을 토대로 유럽 원전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2018년부터 체코를 5차례에 걸쳐 방문해 정부와 의회의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한국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적극 알렸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얻기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펼쳐 왔고요. 올해 말 입찰안내서가 발급될 예정인데 임직원들이 혼신을 다해 준비하고 있어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원전 전 주기 산업으로의 진출도 모색하고 있는데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운영준비사업, 이집트 엘다바원전 건설사업, 캐나다 해체 엔지니어링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중소기업의 해외 동반 진출도 지속적으로 이어 가 더 많은 회사가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갈 수 있도록 만들 겁니다.

■미래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신지요=세계적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가 확산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도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전략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와 수소의 역할이 커지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높아지지요. 재생에너지가 가진 분산전원이라는 특성에 맞춰 소규모, 소용량 발전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원자력발전소 역시 소형원자로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한수원을 이끌고 계십니다. 취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저는 취임할 때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 있는 CEO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현장을 반복적으로 방문해 직접 살펴본 결과, 취임 당시 24기 원전 가운데 12기의 가동이 중단 상태였어요. 그러나 순차적으로 가동이 재개됐고 현재 5기가 정비 중입니다. 또 2018년 1분기 완전 가동률이 56.4%에 불과했는데 2019년 가동률을 71%로 끌어올렸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을 더욱 안전하게 운영하고 건설 중인 원전은 명품 발전소가 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설계인증을 취득했습니다. 앞서 2017년 10월에는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을 받는 등 세계 양대 인증을 모두 취득하면서 안전성을 입증받고 있습니다.

■강원도 얘기를 좀 해보죠. 공직시절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갖고 많은 일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원도와 관련된 기억이 있으신지요=제가 처음 공직에 입문했을 때에는 강원도는 산업 분야의 지원 사각지대였죠. 나 홀로 지역 균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강원도에 접목시켜 보기도 했는데 수요가 없었을 정도니까요. 간부로 성장하면서 의료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반 강원테크노파크에서 사무실을 몇 칸 얻어 시작한 휴젤은 실제 설계자금 지원과 업체의 노력이 어우러져 지금은 세계적인 보톡스 전문업체로 성장했지요. 애니메이션 '구름빵'이 강원도 이외의 지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홍보에도 나섰고 강원정보문화진흥원 애니메이션박물관 지원에도 일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앞으로 고향 강원도 중소기업이나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강원도가 청정지역이어서 일반 제조업을 육성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바이오산업, 의료기기산업, IT, 애니메이션 등을 중심으로 산업이 성장해 나가야 합니다. 성장과 발전에 대한 타깃을 굉장히 높게 잡아야 하겠고, 그동안 개발이 더디게 이뤄졌던 점이 앞으로의 시대에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설악산, 정선 등 국제회의가 가능한 공간도 상당히 많은데 사통팔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해 놓고 젊은이를 비롯한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강원도가 나갔던 청년들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청년들이 꼬이는 그런 지역이 되도록 만들어 가야 합니다.

■끝으로 강원도 후배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강원도 사람 하면 대개 '무색무취'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법 없이도 살고 겸손하고 착하다'는 반응이 많죠. 그런데 저는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안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강원도 후배들이 자기만의 색깔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법 없이도 산다고 하는데 법은 지키되 독해야 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세상이 알아주고 변화하고 따라옵니다. 마음만 좋다는 말을 듣는 것은 변화의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새로운 리더십과 비전, 실행력을 갖춘 젊은이들이 많이 나와야 강원도가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은석 사회부장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