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춘천서 수십억대 '번호계' 사기의혹 피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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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檢, 4개 계 운영 60대 계주 기소

계원들 수년 전부터 돈 못받아

피해자들 “채무 돌려막기” 주장

계주 수차례 전화연락 닿지 않아

춘천에서 수십억원대의 계(契)가 깨지는 사태가 발생, 지역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18일 피해자와 경찰 등에 따르면 계주 A(62)씨는 2015년(16일계), 2016년(20일계·26일계), 2019년(10일계) 등 4개의 계를 운영하면서 수십억원의 계금을 운영했다.

A씨는 “1계좌당 매월 100만~200만원을 내면 순번이 될 때 틀림없이 곗돈을 타게 해주겠다”며 계원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40~48개월을 꾸준히 납입하면 은행이자율의 20배 가까운 최대 40%의 이자가 붙은 목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100명이 넘는 계원이 몰렸다.

하지만 2019년부터 계원 대부분이 정해진 날에 계금을 받지 못하면서 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피해 규모는 계원별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계주가 자신의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계금을 사용하고 이를 여러 개의 계 납입금으로 돌려막다가 지급기일을 맞추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정상적으로 순번에 맞춰 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의사와 능력이 없이 번호계를 운영해 계금을 편취했다며 지난해 말 계주 A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하지만 기소 이후에도 일부 피해자의 고소장이 잇따라 검찰에 접수돼 병합 처리되면서 사건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 피해자는 “원금이라도 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계주 A씨는 한 계원과의 통화에서 “돈이 너무 안 들어와서… 저 좀 봐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A씨의 현재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무헌기자 trustme@kwnews.co.kr

번호계는

순번에 따라 곗돈을 받는 방식으로 급전이 필요할수록 앞 순번을 받고, 높은 이자소득을 원할수록 뒷 순번으로 정해진다. 먼저 계금을 받은 계원은 그 이후부터 원 계금의 40% 이자를 더해 납입하는 등의 부담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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