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생물이야기]탯줄로 연결된 엄마·아기는 하나<1197>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탯줄(제대·臍帶·Umbilical cord)은 한마디로 모체 자궁의 태반과 태아의 배꼽을 잇는 굵은 줄(띠)로 모체의 산소와 영양분, 호르몬이 든 피가 지나는 길이다. ‘태아의 밥'인 이것들이 태아의 전신을 도는 ‘태아순환'을 하고,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나 요소 등 태아 대사산물(노폐물)이 제대를 통해 고스란히 모체로 든다. 말해서 모자(母子)는 하나다.

탯줄은 ‘생명의 뿌리'인 태아(胎兒·Fetus)가 5주 될 즈음에 만들어지기 시작하며, 태반(胎盤·Placenta)에 붙었던 탯줄 자국이 배꼽이다. 사람은 그 흉터가 또렷하지만 동물에 따라 납작하거나 밋밋하고 털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한데 동물들은 새끼를 낳자마자 탯줄을 깨물어 자르고, 태반을 서둘러 먹어 치우니 이는 태가 양분이 되는 것은 물론이요, 포식자(천적)가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것을 방비(防備)하는 것이다. 참 영검(靈劍)한 어미들이다!

탯줄을 자르고 나면 다들 안절부절못한다. 네 다리를 벌쩍거리며(일어나려고 애를 쓰며 자꾸 힘껏 움직임) 들입다 내지르는 갓난아기의 첫 울음소리인 고고지성(呱呱之聲)이 다부지고 세차면 튼실한 아이다. “으앙 으앙 으앙!!!” 여태 양수(羊水·모래집물)에 잠겨있어 쭈그러든 풍선 같았던 허파를 좍~ 펴게 하는 것이 이 소리 지르기다. 갓난이가 약한 소리를 내거나 숫제 울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것이다.

배꼽은 난황낭(黃囊)과 요막(尿膜)에서 만들어지고, 신생아에 붙어있던 탯줄이 떨어지면서 생긴 흉터(자리)다. 달이 차 만삭(滿朔)이 가까워지면 아기를 밴 임부(妊婦)의 배꼽도 따라서 볼록 튀어나온다. 마땅히 작아야 할 것이 더 크거나, 적어야 할 것이 많아 주객전도 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고 한다. 배를 쑥 내밀고 두 팔 흔들며 거만하게(?) 걸어가는 생명을 잉태한 임부의 모습이라니! 무엇이 이보다 더 숭고하고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지선 1년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