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삼3고<高> 시대의 생존법

최돈열 포럼 상생과 공존 대표 · 경제학 박사

‘단순한 것이 좋다’. 14세기 영국의 신학자이자 이론가인 윌리엄 오컴은 “다른 모든 요소가 동일할 때, 가장 단순한 해결책이 최선에 가깝다”고 설파했다. 이른바 ‘오컴의 면도날’ 이론이다.

불필요한 가설은 잘라내라는 비유가 담긴 오컴의 면도날은 ‘간결한 것이 최선’이라는 점에서 ‘사고 절약의 원칙’ 또는 ‘경제성의 원칙’이라고도 부른다. 길을 구불구불 돌아가는 것보다 직선으로 가는 것이 빠르다는 너무도 보편적인 논리지만 당시에는 매우 신통한 학설로 통했다. 논리학자로서 합리적 의심과 경험칙을 논리 철학에 적용한 결과다.

‘경제성’은 자원, 재화, 서비스를 생산·분배·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의사결정을 통해 단순화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목표에 이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학을 사회과학이라고 말한다.

막스 베버(Max Weber) 이후 전통적으로 ‘경제’와 ‘사회’는 구분되어왔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경제’라는 의제를 통해 성장과 안정, 형평을 목표로 인류의 물질적인 진보와 미래 사회의 비전 제시에 집중한다. “가능한 한, 보다 순조롭게 성장하고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공평하게 배분하여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기여 할 방법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3고(高)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 경제가 말 그대로 총체적 위기에 처한 것이다. 코로나 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통화량은 팽창했고, 무역은 6개월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으며, 인프레이션 우려에 미국의 금리가 이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을 오가면서 금융시장은 물론 서민들의 삶을 덮치고 있다. 금리, 물가, 환율 모두 급격하게 상승하는 3고(高) 현상 지속으로 저성장 속 고물가의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이나, 경기둔화 속 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늪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는 이자 부담을 키우고, 고물가는 경기를 침체시킨다. 고환율은 물가 불안과 자금 유출을 심화시킨다. 어느새 뉴노멀이 된 ‘3고 현상’은 당분간 지속 될 것이고 장기적 경기침체의 조짐마져 보이고 있다. 역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은 가계와 서민, 취약계층, 한계기업일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3고 시대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작금 ‘사회적 경제’가 자주 화두에 오르는 것은 위기극복은 물론 경제와 복지의 영역을 넘어 사회의 대안적 미래를 설계하는 주요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원시 부족들이 물건을 서로 주고받는 교환 행위에 숨어 있는 ‘호혜성의 원리‘는 때때로 ‘비화폐 경제’ ‘비시장 경제’의 의미로 쓰인다. 그리고 시장경제가 어려울 때 사회적 경제는 늘 그 빈자리를 메워왔다.

즉, 서로 가진 것을 나누고 사회적 협동의 가치를 활용하는 것이 3고(高) 시대에 위기극복과 생존을 위한 동기부여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현실 시장과 화폐경제가 효용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아실현과 삶의 의미 추구 등 심리적 요인까지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이 시대 ‘사회적 경제’가 화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오컴이 주창한 대로 단순한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면 정치의 포퓰리즘적 개입을 사회적 합의로 배제하거나 최소화하고, ‘시장경제’와 ‘사회적 경제’ 두 축으로 단순화시킨 다음 경쟁력을 키워 선순환 경제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3고 시대’를 극복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단순은 선택과 집중을 추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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