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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소나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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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 소나무에 끌리는 것은/ 두 날개 활짝 펴며/ 아득한 천공에서/ 홀연 날아와 안기려 하는 것은/ 학 안에도 소나무가 있기 때문/ 학이 소나무에 사뿐히 내려앉는 것은/ 학 안의 소나무와 밖의 소나무가/ 만나서 하나 되길 원하기 때문/ 학은 날아다니는 공중의 소나무요/ 소나무는 땅에 뿌리내린 학이라오.” 소나무를 끔찍이 사랑해서 말년에는 오로지 소나무 시만 썼던 박희진 시인의 ‘학과 소나무’다. 얼굴 가득 수염을 하얗게 길러 고결한 도인의 풍모를 풍기던 그는 여든다섯의 일기로 2015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2005년 재선충병으로 소나무가 절명의 위기에 빠지자 ‘죽어가는 소나무를 살리기 위한 문화예술인 100인 선언’으로 지지부진하던 ‘재선충병방제특별법안’의 국회 통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강원도 내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이 확산되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도 100%에 달해 ‘소나무 에이즈’라 불릴 정도로 치명적인 소나무 전염병이다. 지난 26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 강원도 내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한 나무 수는 7,792그루로 확인됐다. 이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의 5,969그루보다 30.5% 증가한 수치다. ▼강원도를 비롯, 전국의 소나무들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 설상가상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소나무 서식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나무 나라다. 이 땅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데다 민족의 삶, 정신세계와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어서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생솔가지를 꽂아 액운을 막았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하면 소나무 관 속에 놓여 이승을 떠났다. 솔잎과 솔방울은 술을 담가 마시기도 한다. ▼소나무는 지조, 절개, 충절을 상징하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 부동의 1순위다. 소나무의 다른 이름인 ‘솔’은 ‘으뜸’을 뜻한다는 해석이 있다. 나무 중에 으뜸인 소나무와의 공생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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