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어이없는 낙탄 사고 대응, 국민 안전·안보 이상 없나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4일 밤 실시된 한미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훈련 도중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현무2가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을 하다 기지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가 없는 점은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강릉 공군비행장으로 떨어진 현무 미사일과 민가의 거리가 불과 700m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군이 쏜 미사일이 자칫 민가에 떨어지는 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했던 아찔한 사고로 인근 강릉지역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다. 8시간이나 늦장대응을 한 이유와 사고 경위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지역에 피해를 줄 위험이 있는 미사일의 낙탄 사고 사실을 즉각 강릉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북한에 대응한다며 시민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일본의 경우 북한이 발사한 IRBM이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하자 주민 대피 경보를 발령하는 등 경보 및 대비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합참은 이번 훈련에 앞서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사격 훈련 상황을 고지하고 선박의 안전조치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릉시와 경찰, 소방 등에는 협조 요청 및 사전 안내조차 없었다. 한미연합훈련 매뉴얼에 따르면 주민 안전을 위해 인근 관공서, 어촌계 등에 훈련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군이 소방 당국에 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임을 알렸는데도 시민들의 불안과 걱정을 진정시킬 만한 관련 문자 메시지도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낙탄 사고를 계기로 군사적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민방위 매뉴얼과 시스템, 대피시설 등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현무2는 최대 사거리 800~1,000㎞의 탄도미사일로 유사시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 전력이다. 축구장 수십 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대해 군은 “도발 원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췄다”고 장담하며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하려 했지만 이번 낙탄 사고로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만 키우게 됐다. 따라서 이번 사고가 미사일 자체의 결함인지, 통제 시스템의 문제인지, 아니면 훈련 부족 때문인지 명확하게 밝혀 북한의 도발 억제 및 전력 강화를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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