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2일 기준금리 0.5%포인트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으면서 기준금리가 현재 2.50%에서 3.00%로 높아졌다. 올 4·5·7·8월에 이어 이날까지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72년 한은 역사상 처음이다. 또 한은 기준금리가 3%대가 된 것은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단기간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계 및 기업 부실로 확산될 수 있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그만큼 대내외 상황이 급박하다는 의미다.
한은이 전례 없는 금리 인상 행진을 이어 가는 이유는 치솟은 물가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로 7월(6.3%), 8월(5.7%)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도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6%대 재진입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외화자금 유출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빅스텝을 단행하더라도 미국 기준금리보다 0.25%포인트 낮은 탓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3~3.25%다. 한은이 이날 빅스텝을 밟아 격차를 좁혔지만 아직도 미국보다 금리 수준이 낮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커지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투자금이 빠져나갈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한은이 빅스텝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로는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해서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말부터 1,400원대로 올라서며 2009년 3월 이후 1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환율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2원 내린 1,430원에 개장했다.
이날 금리 인상으로 이른바 ‘영끌족’, ‘빚투족’들은 대출 금리가 올라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올 9월 말 13년 만에 연 7%를 돌파했다. 한은의 빅스텝이 반영되면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연 8%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번이 금리 인상의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다음 달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금리 인상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집을 팔아도 빌린 대출을 모두 갚지 못하는 금융부채 고위험군의 대출잔액만 2021년 말 현재 38만1,000가구, 69조4,000억원에 이른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아닐 수 없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총체적인 재정 금융대책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