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7주년을 맞은 강원일보는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국회의원실,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실, 강원민주재단과 공동으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현대사의 비극이자 국가의 폭력이 자행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넘어 국가의 사과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피해 배상 요구가 쏟아졌다. 또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도 본격 추진된다.
◇엄경선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시민모임 운영위원=“납북귀환어부 탄압은 철저히 의도된 국가폭력사건이다. 국가의 죄책 첫째는 국민을 북의 도발에서 지켜주지 못하고 납북 책임을 어민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둘째, 범죄 피해자인 귀환어부를 체제를 위협하는 간첩으로 내몬 죄다. 셋째, 불법 사찰과 위헌적인 연좌제, 간첩조작으로 국민 인권을 탄압했다. 납북귀환어부들은 귀환 후 불법구금과 고문 피해를 입었다. 조사도 전에 구타부터 겪었고 이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피해자 가족 생활고는 가중됐고 불법사찰은 일상이었다. 직업의 자유도 침해 받았다. 1971년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납북귀환어부 984명을 승선금지 조치했는데, 생계를 이어가지 못하게 하는 일 아니겠나. 제일 무서운 일이 사회적 낙인과 비난이었다. 2016년 우리나라는 북한주민 인권 보호 증진을 위해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그런데 정작 3,000여명의 납북귀환어부 국가폭력 피해자 명예회복과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특별법도 중요한데 국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고 사죄하는 것이 먼저다”
◇김아람 한림대 사학과 교수=“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해 우선 스스로가 '피해자'라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스스로가 피해자인 줄 몰랐다는 것이었다. 국가가 그들 스스로 피해자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 것 아닌가.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신청하고 재심을 청구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직접 해야 하는 부당함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 과정에서 심리·경제적 손해가 또 발생하게 된다. 또 다른 피해를 우려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납북귀환 당사자가 사망했거나 연로해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 어렵기도 하다. 회복할 수 없는 피해자의 과거를 치유할 중요한 방안 중 하나가 명예회복과 경제적 배·보상이다. 피해를 포괄적으로 구제할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고 공동체와 피해자의 회복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납북귀환어부 피해가 분단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2000년대까지 연좌제가 지속됐다는 증언을 봤을 때 피해가 매우 장기적으로 이어졌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반공법·국가보안법의 한계와 과오를 수정하는 등 기억과 교육이 계속되도록 국가와 시민사회가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홍수정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8과장=“2기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기간이 2024년 5월26일까지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사기한 내 끝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전까지 결과가 나올 것이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씀을 드린다. 지난 10일까지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 납북귀환어부 사건 신청은 218건이었다. 올 2월 진실규명한 건설호, 풍성호 사건 이후 다수의 신청이 이뤄지고 있고 이 중 45건의 조사가 개시됐다. 검토중인 건이 168건인데 '직권 조사' 범위 내 신청 건수가 119건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납북귀환어부 사건의 경우 5건이 진실규명 됐는데 올해 안에 또 종결되는 사건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끝으로 피해자분들이 강원도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민관합동추진단에도 피해사실을 진술하고 계시지만, '02-3393'으로 시작하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연락도 꼭 받아달라. 연락을 받지 않으셔서 조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다. 앞으로도 조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
◇최정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납북귀환어부 진실규명 변호단 변호사=“납북귀환어부와 가족들이 명예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 건설호·풍성호 사건의 경우 올 2월 진실규명이 이뤄졌는데 무죄를 선고한 건 지난 9일이다. 국가는 그 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가 묻고 싶다. 하루라도 빨리 진실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특별법에 꼭 포함돼야 할 3가지를 말씀드리겠다. 첫째, 검찰이 '직권재심'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 형사소송법상 재심절차를 통해 피해자들이 무죄확정 판결을 받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둘째, '자료에 대한 접근'이다.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김춘삼씨 재심의 경우, 이은주 국회의원실의 노력으로 피해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확보됐다. 왜 자료를 국가가 독점해서, 피해자들이 의원실의 비공개자료로 재심을 신청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셋째, '배상방안'이다. 지금은 불법구금과 위법한 형사처벌을 받아야만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납북됐다는 것 자체가 피해이기 때문에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납북귀환어부 처벌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납북을 국민의 개인으로 몰아간, 국가 주도의 대규모 인권침해사건이다. 새로운 특별법을 마련해 앞서 말한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허상수 전 성공회대 교수= “우선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을 주도한 자가 누군지 명확히 알아내야 한다. 반복적이고 계획적이고 고의적인 국가폭력이었다. 정확히 대통령이 그랬는지, 대통령에게 충성한 자가 그랬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2000년 ‘제주 4·3 사건의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과 비교했을 때 전국적인 추진기구와도 연대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진상규명 운동과 피해회복운동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먼저 동해뿐 아니라 서해, 남해지역 피해자들과도 손을 잡고 힘을 키워야 할 것이다. 전국민의 이해와 공감대를 확보해야 하며, 특별법안 작성과 발의할 국회의원의 역할, 활동도 매우 중요하다. 국회, 정당, 국회의원을 움직일 수 있도록 피해자모임과 연대 기구를 출범해 특별법 제정 등 제도화에 목표를 두고 활동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으나 이를 위로하지는 못할 망정 죄를 뒤집어 씌운 것에 대해 명확히 책임을 묻고 어떤 식으로든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이자훈 여순항쟁서울유족회장=“여순사건 특별법이 드디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많은 설득을 했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투쟁을 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먹고 살기 위해서 배를 탔다가 납북됐던 어부들을 어떻게든 안전하게 모셔올 생각은 하지 않고 간첩으로 조작해 고통을 줬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보여진다. 피해자분들께 내 문제를 내가 해결해야겠다는 의지와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 다음 특별법 발의를 잘 해야 한다. 납북귀환어부와 유족들도 제대로 공부해야 하지만 전문가 집단을 제대로 구성해 허점이 없는 법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시민단체와 협력해 국민들에게도 이 내용을 더 많이 알리고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설득해야 한다. 지역뿐 아니라 서울에도 거점을 만들고 시위를 하든 기자회견을 하든 정말 큰 각오를 갖고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여순사건특별법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결국은 만들어냈다.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피해자분들도 꼭 특별법을 만들고, 그간의 피해를 배상받고 명예를 회복하실 수 있다. 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