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2023강원일보 신춘문예]시_귤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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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현

인도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가 담배를 돌렸다

담배에서 녹차 맛이 났다

가볍고 부드러운 음악이 흘렀다 연기처럼 가벼워지고 싶었다

외투를 벗었다

양말을 벗었다

묶었던 머리를 풀어헤치고 스카프를 휘날리며 춤을 추었다

친구들이 킥킥대며 웃어댔다

그들을 향해 탁자에 있던 귤을 던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머리에 명중하자 웃음소리가 더 높아졌다

벽이 눈물을 흘렸다

깨진 귤들이 바닥에 뒹굴었다

창문은 창문

탁자는 탁자

술잔은 술잔

귤은 귤

그러므로 나는 나

브래지어를 벗어 던졌다

도마와 밥솥을 집어 던졌다

저울과

모래시계와

금이 간 거울

때 묻은 경전과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던졌다

담배 한 개비 다 타들어 가도록

나는 던져버릴 게 너무 많았다

*가브리엘 가르세아 마르케스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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