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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최돈열 포럼 상생과 공존 대표·경제학 박사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4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명화라는 수식어가 붙었기에 몇 번을 거듭해 봤지만 제목이 암시하는 노인의 삶이나 복지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 다만 이 영화를 감독한 코엔 형제가 영감을 얻었다는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암 버틀러 예이츠가 쓴 ‘비잔티움 항해’의 한 구절, ‘그건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를 상기시킬 뿐이다. 예이츠는 ‘물질적이며 관능적인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노인은 더 이상 살 수 없어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움으로 떠난다’는 원문을 남겼다. 갈등으로 점철된 세대 공존의 길은 예이츠가 살았던 한 세기 반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일본의 ‘단카이’세대처럼 우리사회에서 베이비 부머가 천덕꾸러기로 인식 된지 오래다. 한국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연금과 건강보험 등 재정 위기, 일자리 잠식 등 문제의 중심에 베이비 부머가 있다는 편견을 갖게 되고 부터다. 심지어 사회관계망에서는 지구상에서 하루라도 빨라 사라져야 할 세대로 베이비부머를 꼽는 젊은 층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엽게도 그들은 현실에 매몰되어 자신들이 베이비 부머 주니어라는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 산업화와 고도성장의 중심에는 베이비 부머가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생산가능 인구가 되어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힘으로 작용한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한국 베이비 부머는 진정 천덕꾸러기 세대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생산성이나 능률성 면에서 젊은 세대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인구배당의 효과를 연령별 분포에 더하여 지역을 포괄하는 광의로 해석한다면 지방 소멸위기의 지자체나 전지적 은퇴 시점에 있는 베이비 부머 세대 모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4차산업 시대의 베이비 부머는 더 이상 유휴인력이나 잉여인간, 세대갈등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다. 이들은 경험과 경륜, 일정한 생산성, 경제적 여력도 있어 소멸위기에 있는 지방을 살릴 소중한 인적 자원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베이버 부머인 한국의 60대는 노인이 아니다. 같은 연령대의 아시아인들에 비해 삶에 대한 진취성과 열정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지방 출신이거나 지방에서 은퇴 생활을 원하는 수도권의 베이비 부머에게 귀향이나 귀촌의 기회를 제공하는 적극적인 인구 유입전략이 필요할 때다. 더불어 지방소멸의 위기도 극복하고 세대갈등도 줄이는 한편, 은퇴세대에게 생애에 걸쳐 품격있고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양호하고 청정한 산과 바다가 있는 강원도가 최적지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마침 지난해 개정된‘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이어‘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의 시행으로 10년간 10조 원이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투입되고 고향사랑기부제도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원년이다. ‘지방소멸’이라는 급박한 현실 앞에서 우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는 실제를 만들어 보자. 시공을 초월해 세대간 조화를 이루고 보육과 교육, 의료, 생산적 복지의 인프라가 갖춰진 지속가능한 공동체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완만하게라도 인구유입 효과가 발현된다면 특별자치도는 그 의미를 더하고 추동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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