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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 뱃길 막힌 주민들…“사경 헤매도 병원 못가 불안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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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오도가도 못하는 춘천 품걸1리 가보니
아파도 뱃길 막히고 구급차도 오지 못하니 위험천만
시내 잇는 도로 절반 이상 급경사·빙판길 사고 우려
도로 옆 수백미터 낭떠러지…가드레일 빈 곳 많아
“주민들 기본 생활 보장 위해 도로 관리 절실하다”

2월부터 노후선박 운항이 금지되면서 춘천 소양호의 선박들이 운행을 중단한 가운데 뱃길이 끊긴 소양호 육지속 섬마을인 춘천시 동면 품걸리에서 주민이 배가 다니던 선착장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박승선기자

“눈이 오기만 하면 도로가 빙판길 천지인 데 뱃길까지 막혔으니 마을에 갇힌 거나 다름없어요”

6일 오전 찾은 춘천 품걸1리 마을회관. 수십년간 소양호 뱃길로 시내를 오갔던 이곳의 주민들은 아침부터 모여 앉아 시름하고 있었다. 지난 3일부터 '유선 및 도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노후 선박이 대부분인 소양호 선박이 멈추고, 겨우내 쏟아진 폭설로 인해 도로까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날 마을회관에서 만난 박순비(85) 할머니는 뱃길이 끊긴 뒤부터 불안에 떨고 있다.

박 할머니는 “설 연휴간 코로나19에 걸려 사경을 헤매듯 앓다가 119에 도움을 청했지만 눈길로 인해 구급차는 물론 희망택시까지 마을로 진입할 수 없어 결국 아들이 찾아와 병원으로 실어갔다”며 “뱃길이 막히기 전까진 배를 타서라도 급히 병원에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져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까 겁난다”고 토로했다.

◇2월부터 노후선박 운항이 금지되면서 춘천 소양호의 선박들이 운행을 중단한 가운데 뱃길이 끊긴 소양호 육지속 섬마을인 춘천시 동면 품걸리의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선박운행 재개도 시급하지만 인근마을인 상걸리까지 이어지는 접근도로의 아스팔트 포장 등 도로개선을 바라고 있다. 상걸리에서 품걸리로 향하는 산길 곳곳이 급커브와 눈길로 인해 차량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박승선기자

춘천 품걸1리와 시내를 잇는 군도 10호선은 12㎞ 가량 길이의 도로 절반 이상이 급경사였다.

굽이길 옆에 최소 2m에서 수십m에 이르는 낭떠러지가 있지만 가드레일이 조차 없고 그늘진 도로는 최근 영상의 기온에도 지난 달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채 얼어있었다.

스노타이어가 장착된 SUV 차량도 눈길에 세번이나 바퀴가 미끄러져 하마터면 나무와 가드레일 등에 부딪칠뻔 하는 등 아찔한 상황과 마주했다.

도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을 주민들은 막힌 뱃길의 유일한 대체 수단인 육로마저도 이용을 포기한 상황이다.

품걸1리 노인회장 김성업(71)씨는 “마을 주민 대부분이 8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보니 응급상황이 잦을 수 있지만 뱃길과 도로가 모두 막혀 있어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활 영위를 위해선 지자체의 도로 관리와 포장 공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춘천시는 소방서 등과 연계, 응급상황에 대비하는 한편 품걸1리 마을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군도 10호선의 포장 공사 등 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북산면과 동면 거주민들의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춘천소방서 수난구조대 등과 연계해 신속히 이송할 방침"이라며 “도로의 경우 품걸1리와 시내를 잇는 12㎞ 가량의 군도 10호선 중 정비가 시급한 곳부터 연단위 보수작업에 착수해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오전 찾은 춘천시 동면 품걸리와 시내를 잇는 군도 10호선. 약 12㎞의 도로 중 절반 이상이 빙판길이었다. 사진=김준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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