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강릉·동해 산불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시간은 흘러 다시 꽃이 피는 봄이 왔지만 산불로 평생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꽃 대신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산불 걱정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임시거주시설 못떠나는 이재민=1년 전 3월 5일 세간살이는 커녕 이웃주민의 도움으로 겨우 몸만 겨우 빠져 나온 강릉시 옥계면 김옥자(92) 할머니는 아직도 그날 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70년을 함께 해 온 집을 화마에 빼앗긴 김 할머니는 "눈 앞에서 집이 불에 타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삼척에 사는 아들이 찾아오지만 평생 살아온 마을에서 떠나기 싫어 이곳에 계속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옥계면에는 김 할머니 외에도 두 가구가 아직 시에서 제공한 임시주거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묵호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동해시 묵호진동(게구석길)에서 만난 송순희(63)·김정록(73)씨 부부도 여전히 임시거주시설을 떠나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다.
임시조립식주택이 세워져 있는 집터 주인이 따로 있어 1년 뒤에는 비워줘야 하지만 쥐꼬리 만한 보상금으로는 새로운 터전을 마련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송씨는 “집 장만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어디 아픈데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숨 지었다.
지난 해 발생한 동해시 산불이재민 가운데 24가구는 여전히 임시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택을 신축하고 있는 이재민은 3가구에 불과하다.
산불피해 이재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산불피해 성금은 많이 걷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작 성금을 어떤 기준으로 나눠주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며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역대급 산불…복구는 하세월=지난해 3월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이어진 동해안 산불은 역대급 산불로 꼽힌다. 2000년 이후 2020년까지 강원도 대형 산불 27건 중 발생기간이 3일 이상인 산불은 7건이었다. 2022년 산불로 인한 강릉(1,485㏊), 동해(2,735㏊), 삼척(2,162㏊)지역의 피해면적은 모두 6,382㏊에 달한다. 강원도와 강릉, 동해, 삼척시는 지난해 부터 국비 752억5,000만원과 지방비 333억7,000만원 등 총 1,086억원을 들여 복구를 진행 중이다. 삼척시를 포함해 50건의 복구대상 중 현재까지 복구가 이뤄진 사업은 27건에 불과하다.
도는 산사태 예방 등 응급복구는 올해 장마철 이전에 모두 마무리 하고 긴급벌채와 도로 및 상하수도시설 등은 올 연말까지 복구 조림은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산불로 인해 민둥산으로 변해 버린 산림이 옛 모습을 되찾기 까지는 수십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릉시시 관계자는 "재난 폐기물 처리와 주택 철거 등을 완료한 만큼 올해부터는 벌채와 복구 조림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며 "이재민 지원과 산림복원, 산불예방 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