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앞이 보이지 않던 깜깜한 시기 독립운동가들은 땀과 피, 눈물로 독립을 위해 싸웠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 이 사실은 우리에게 울컥한 감정을 안기지만, 정작 한 명 한 명의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김진섭 전 춘천교대 겸임교수가 쓴 ‘비겁한 근대, 깨어나는 역사’는 기억되지 않은 독립운동가, 기록되지 않은 독립운동사에 대해 담은 책이다. 독립운동은 때론 일제에 의해 지워지거나 축소 또는 왜곡됐고, 독립운동가들 대부분 스스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책은 신문과 논문 등 자료로 남아 있는 기록의 조각을 모아 지워진 공백을 조금씩 채워나간다.
이진룡, 안경신, 윤준희, 한훈…. 그렇게 책에서 마주하는 20명의 이름들은 낯설다.
이진룡은 황해도를 대표하는 의병에서 독립군으로 활약,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 자금인 현금 100원을 건넨 인물이며 안경신은 임신한 몸으로 폭탄을 들고 독립운동을 벌이며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일제 법원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윤준희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모티브가 된 ‘간도 15만원 탈취 사건’ 독립운동가로 임국정, 최봉설, 한상호, 박웅세, 김준과 함께 조선은행 회령지점에서 간도로 가던 현금 수송 차량을 습격, 현재 15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강탈해 통쾌함을 안겨줬다. 한훈은 5척(152㎝) 단신으로 투사가 돼 꺾이지 않은 기개로 ‘배포 대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외에도 이종일, 우재룡, 박노영, 동풍신, 어윤희, 김향화, 장진홍, 이수흥, 김문필, 정태진, 이극로 등 우리가 몰랐던 독립운동가를 만날 수 있다. 실재했지만 모르고 있었던 이들의 활동은 더 뜨겁고 뭉클하게 다가온다. 이들을 통해 강압적으로 국권을 빼앗고 식민 지배를 하면서도, 조선이 자립적인 국정 운영 능력이 없고 병합 후 다방면에서 발전했다는 점을 강조한 일제의 모습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잇다.
저자는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 위해 추위와 배고픔,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을 하며 현실을 이겨내야 했다. 친일파, 배신자 등이 세상의 주인처럼 행세한 반면 독립운동가 활동은 제한적으로 전해졌다. 책이 잠들어 있는 근대의 역사를 깨우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강원인재육성재단 사무처장, 동국대 만해마을 교육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조선의 아침을 꿈꾸던 사람들’, ‘왕비, 궁궐 담장을 넘다’ 등이 있다. 지성사 刊. 280쪽. 1만9,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