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춘천의 정체성과 도시 디자인

이철 강원대 디자인혁신센터장·디자인학과 교수

세계의 각 지역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나 환경적인 특성이 있다. 한국의 도시는 대부분 비슷한 문화적·환경적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강원도는 지역 간 차별점을 찾아내기가 더욱 힘들다. 소도시나 농촌이 대부분인 강원도는 산천어, 빙어, 한우, 옥수수, 버섯 등의 지역 특산품이 지역을 대변하고, 지역의 정체성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춘천은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을 바탕으로 요식업, 관광업, 문화예술산업 등이 강화된 중소도시로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국제적인 관광도시이다. 춘천의 면적은 대략 서울의 2배이지만, 인구밀도는 서울의 60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수도권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도시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시이다. 따라서 춘천의 도시계획을 디자인할 때는 ‘자연이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춘천의 정체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예를 들어 주거 계획을 디자인할 경우, 대도시에서 주로 행해지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밀집시킨 시내 집중형 주거보다는, 춘천의 넓은 면적을 충분히 활용한 분산된 외곽 주거를 통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특화된 주거환경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상의 논의를 몇 가지로 갈무리하자면 첫째, 춘천 외곽의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노출 빈도가 높은 도심의 건축물이나 조형물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셋째, 공공의 디자인부터 주도적으로 춘천의 정체성을 반영해야 한다. 넷째, ‘자연이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춘천의 정체성과 조화로운 디자인에 대한 시민 캠페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들의 디자인적인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도 수많은 도시에서 유사한 도시계획을 세우고, 대도시에서 유행하는 디자인을 모방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다른 도시의 성공사례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도시의 정체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계획을 세운다면 차별화된 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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