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마음 읽기’

18세기 후반 실학파의 거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당시의 세계 최강국 중국을 상대하던 선인의 지혜가 풍부하게 담겨 있는 지식 창고다. 44세의 혈기 왕성한 나이에 조선 유학의 관성적 사고를 거부하던 지식인 박지원은 청나라 건륭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에 끼어 1780년 베이징으로 향했다. 막상 인사를 받아야 할 건륭제는 베이징에 있지 않고 북쪽의 변방 열하에 머문다기에 다시 길을 오가며 기록한 관찰기가 박지원의 ‘열하일기’다. ▼천하의 형세를 살핀다는 열하일기 ‘심세편(審勢編)’에서 박지원은 요샛말로 지도자들이 새겨야 할 만한 충고들을 내놓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외교적 언사에 익숙하지 못해, 혹 어려운 것을 묻는 데 급급하거나 당대의 일을 섣불리 이야기”하는데 이는 섬세하지 못한 일이며 “역대의 역사 사실을 거론하되 최근 사정에 대해서는 다그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어 “겸손한 마음으로... 청하여 마음 놓고 이야기를 터놓도록 유도하고, 겉으로는 잘 모르는 것처럼 가장해 그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면 그들의 눈썹 한 번 움직이는 데서도 참과 거짓을 볼 수 있을 것이요, 웃고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실정을 능히 탐지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들에 대해 굳이 상세한 설명을 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상대의 답답함을 유발하라는 것이다. 박지원은 끝으로 이렇게 외친다. “천하를 통치하는 사람은 진실로 인민에게 이롭고 국가를 두텁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법이 오랑캐에게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6~17일 방일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12년 만의 공동기자회견도 예고됐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과 위안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반도체 수출규제 등 양국 주요 현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바깥 무대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짐은 거칠고도 무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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