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물 한방울의 진짜 가치

황선민 한국수자원공사 강원지역협력단장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세계 물의 날은 UN이 제정한 기념일로 물 부족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물의 소중함을 인식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대한민국 정부가 정한 물의 날 주제는 ‘함께 만드는 변화, 새로운 기회의 물결’이다. 전세계가 당면한 기후변화와 물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물관리도 변화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현재 세계가 당면한 물위기는 먼 곳에서 찾을 것도 없다. 우리나라가 엄청난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전남 광주지역은 심각한 가뭄으로 도서지역의 경우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강원도 지역은 다행히 가뭄위기 지역은 아니지만, 작년만 해도 소양강댐 상류는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비가 오지 않아 수도권지역의 물공급까지 우려되는 상황을 겪었다. 매년 전국 어딘가는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음을 볼 때 우리나라가 1990년부터 물부족 국가로 분류된 것은 당연한 것이다.

더구나 최근의 물부족은 산업의 위기로까지 확대되는 추세이다. 대표적으로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들 수 있다. 반도체 공정에는 하루에만 수십만톤의 물이 필요해 공장 증설을 위해서는 물 확보가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가 들어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이 늦어진 것도, 삼성전자가 하수재이용을 추진하는 것도 충분한 용수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부족을 해결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땅속 수도관에서 발생하는 누수를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K-water 강원지역협력단은 2019년부터 강원도 내 9개 지자체와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수십 ㎞에서 수백 ㎞에 달하는 도심의 지하에 매설된 수도관 중 어디에서 수돗물이 새는지를 찾아 복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공급체계를 정비하며, 오래된 수도관을 교체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K-water 강원지역협력단은 원주, 강릉, 속초 등 9개 지자체에서 연간 약 7백만톤(수돗물 생산비용으로 환산하면 70억원, 1톤당 1000원)의 누수를 절감하는 값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새는 물을 막는 효과는 단지 수돗물 1톤당 1000원이라는 생산비용 절감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누수저감을 통해 새로운 정수장을 짓는데 필요한 수백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수돗물을 생산하고 공급하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전력을 절감하여 탄소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에는 수많은 지역 내 중소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절감된 용수를 필요로 하는 산업으로 보내줄 수 있으니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는 일이다.

물 한방울이 갖고 있는 가치는 이처럼 크다. 따라서 현대화사업을 통해 성과를 얻는 것만큼이나 성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기계획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고를 지원한 환경부도 사업성과를 향후 10년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자체에 지속적인 성과판정과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세금 3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인 만큼 정부-지방자치단체-K-water가 적극 협력하여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종료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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