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3년 전이었다. 태백 출신 심봉순 소설가를 처음 만난 것은. 평창 공심산방(空心山房)에서 김시철 시인을 인터뷰하던 중 그곳에 있던 그와 첫 인사를 나눴고 그 자리에서 소설집 ‘소매각시’를 선물로 받았었다. 꽤나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책꽂이 속 소설집을 다시 찾게 된 것은 얼마 전 그가 장편 ‘화전’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다. 그의 이름을 보는 순간 소설집의 표제작 ‘소매각시’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코너의 글감으로 제격인 강릉을 배경으로 한 이 짧은 소설은 헤어짐과 만남이 반복되는 인연을 주요 플롯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읽는 동안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주연의 영화 ‘비포 미드나잇’ 시리즈를 떠올리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싶다. 다 읽고나면 살짝 미소 짓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다. 소설의 제목인 ‘소매각시’는 강릉단오제의 대표 공연인 ‘관노가면극’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양반광대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캐릭터인데 관노가면극 공연과 함께 흐르는 소설 속 시간과 회상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의 시작은 ‘나’의 국어과 대학 신입생 시절이다. 나는 처음 관노가면극에 들어가 소매각시를 첫 배역으로 맡지만 의상이 크다는 이유로 일곱 무당 중 한 명으로 그 역할이 바뀌게 된다. 그러다 선배로부터 한 남자를 소개받게 된 나. 하지만 그 남자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그 남자는 적극적으로 구애를 한다. 무당 역으로 공연에 나선 나를 카메라로 연신 찍더니 어느날 경포에 있는 유리집에서 보자고 연락을 해 온다. 하지만 나는 이 약속을 가볍게 무시한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흘러 도서관에서 그 남자와 다시 조우한다. 군대에서 제대한 남자는 낙산사행을 제안하고 웬일인지 나는 양양행 버스에 오른다. 막차를 타고 강릉에 다시 돌아온 나와 그 남자는 신영극장 옆 동아여관(동아호텔)에 들지만 나는 그대로 나와 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고향인 묵호집으로 가 버린다. 또다시 십여년이 흐른 후 단오장터에서 장자마리의 손에 이끌리던 중 쓰러진 나는 그 남자와 다시 만난다. 초당동 교육연수원(강원도교육연수원)에 가야 하는 나에게 남자는 함께 있어 줄 것을 부탁한다. 누군가 알아볼 수 있겠지만 서방질을 하고도 발뺌하고 급기야 자살소동을 벌여서 양반광대를 혼비백산하게 하는 소매각시처럼만 하면 된다고 하면서. 실은 나도 “그와 헤어진다면 죽을 때까지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마음 때문에 함께하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다. 나의 마음을 확인한 남자는 “밥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어디 가서 너랑 뽀뽀만 열나절 하고 싶다”고 말한다.
소설에는 강릉 토박이들만 알 수 있는 곳을 포함해 강릉 구석구석이 나온다. 아마도 강릉에서 대학 생활을 한 심봉순 소설가의 경험이 살짝 또는 아주 많이 곁들여졌을 수도 있겠다 싶다. 소설 속 ‘나’가 국어과(작가는 국어교육과)를 나오고 글을 쓰고 있다는 설정(대학 4학년 신춘문예 도전)이 심봉순 작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닐수도 있고 말이다.
오석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