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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칼럼]배심원이 되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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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경 춘천지방법원 판사

“일도 바쁘고 정신도 없는데 법원에서 제 정보는 어떻게 알고 배심원으로 오라는 거예요? 저는 못 갑니다.”

피고인의 신청을 통해 국민참여재판을 열기로 결정하면 늘 법원에 걸려 오는 전화다.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10여 년이 훌쩍 넘었고, 그 사이 국민참여재판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도 여러 작품이 등장했다. 하지만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선정기일 통지서를 보낼 때마다 위와 같은 종류의 전화가 오는 것을 보면, 아직도 국민들에게 ‘국민참여재판’은 다소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제도가 아닌가 싶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직접 사법절차에 참여함으로써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건전한 의견을 재판에 반영해 합리적인 결론을 모색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됐다. 피고인의 희망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열기로 결정하면 법원은 관할 구역 내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국민 중 무작위로 배심원 후보자를 선정, ‘귀하를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으로 초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 우편물을 보낸다. 이 우편물에는 질문표와 반송용 봉투가 포함돼 있다. 이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참여재판법)에 따라 배심원 후보자들 중 배심원으로 선정될 수 없거나 그 직무 수행을 면제할 사유가 있는 사람을 미리 파악하기 위한 것이므로, 가급적 작성해 법원에 보내는 것이 좋다.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선정기일에서는 출석한 배심원 후보자들 중 추첨과 검사, 변호인, 재판부의 질문 등을 거쳐 보통 7명의 배심원(필요한 경우 1명의 예비 배심원이 추가된다)을 선정한다. 여기서 선정되지 않은 배심원 후보자는 선정기일이 끝난 후 귀가한다. 한편 배심원들은 공판 절차에서 증거를 조사하고,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해 평결을 내리며, 유죄 평결이 내려진 피고인에게 선고할 적정한 형벌을 토의하는 등 형사재판 전반에 참여하게 된다.

국민참여재판은 통상 하루에 증거 조사와 판결 선고까지 끝마치게 되므로 때로는 늦은 시간까지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배심원들의 유무죄 의견이나 양형 의견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 권고적 효력을 갖지만(국민참여재판법 제46조), 법원행정처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참여 국민배심원들의 만족도는 96%를 상회할 정도로 매우 높았고, 재판 내용 이해도도 88.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본 법원에서 열렸던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 중 상당수가 ‘국민참여재판에 다시 참여할 의사가 있고, 주변에도 국민참여재판을 추천할 의사가 있다’는 긍정적 답변을 보이기도 했다.

배심원 후보자는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선정기일에 출석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여러 개인적인 사정으로 국민참여재판 기일에 참석하라는 통지가 부담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배심원 및 배심원 후보자의 개인정보 및 신변이 노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고, 배심원은 물론 법정에 출석했으나 배심원으로 선정되지 않은 배심원 후보자들에게도 소정의 일당을 지급하고 있기도 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도민께서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이로써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형사재판의 실현에 이바지하고, 더 나은 재판을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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