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칼럼] ‘천원짜리 변호사’ 만날 수 없다면

허경은 춘천지방법원 판사

지난 해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가 성황리에 종영했다. 남궁민 배우가 분연한 ‘천원짜리 변호사’ 천지훈은 단돈 천 원의 수임료를 받고 경제적으로 어렵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변호한다. 법적 분쟁은 변호사 도움 없이는 그 해결이 녹록지 않다는 점과 값비싼 변호사 수임료를 생각하면 천지훈 변호사는 법적 분쟁에 휘말린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에서 천지훈 변호사를 만날 방법은 없다. 현실에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법적 분쟁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행법이 이를 위해 마련하고 있는 제도를 일부 소개하고자 한다.

형사사건의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의 변호를 받을 수 있다. 국선변호인은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피고인을 위하여 법원이 국가 비용으로 선정한 변호인이다. 형사소송법은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하는 경우를 규정하는 한편(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때에는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가 없어도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

‘빈곤 그 밖의 사유’는 ① 월평균수입 270만 원 미만 ②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③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대상자 등인 경우로 법원이 정한 사유에 따르며, 그 사유는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법원은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에게 공소장부본의 송달과 함께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고지도 함께 하고 있는데, 특히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개인적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고지서 뒷면에 ‘국선변호인선정 청구서’가 인쇄되어 있으므로 그 빈칸을 기재하고 서명 또는 날인한 다음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민사, 행정, 가사사건 등에서는 ‘소송구조’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송구조는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하여 법원이 신청 또는 직권으로 재판에 필요한 일정한 비용의 납입을 유예 또는 면제시킴으로써 그 비용을 내지 않고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민사소송, 행정소송, 가사소송의 본안사건을 물론이고, 독촉사건, 가압류·가처분신청사건도 대상이 된다. 소송구조를 받기 위해서는 신청인의 무자력과 승소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자연인의 경우 경제적으로 빈곤하여 자기와 같이 사는 가족에게 필요한 생활을 해하지 않고서는 소송비용을 지출하기에 부족한 사람을 의미하며, 소명자료로 ‘소송구조 재산관계진술서’를 소송구조신청서에 첨부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대상자 등 일정한 경우 자금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다른 요건의 심사만으로 소송구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소송구조예규 3조의2). 승소가능성은 신청인이 그 소송에서 패소할 것이 분명하지 아니할 경우 인정되며, 법원이 재판절차에서 나온 자료를 기초로 판단한다. 소송비용에는 인지대와 송달료, 변호사비용, 증인 여비 등이 포함된다.

필자는 그간 형사재판에서 열의를 갖고 최선을 다해 피고인을 변호하는 실력 있는 국선변호인을 여럿 보았다. 송사에 휘말리거나 소송을 통한 권리구제 등을 원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경우라면 국선변호인 선정이나 소송구조를 통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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