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동해고속도로 망상IC를 빠져나와 논밭 사이 좁은 길을 10여분 달려 간판도 없는 타조 농장에 다다랐다.
야산 초입에 위치한 농장은 굳게 잠긴 철문과 울타리 너머로 개 3마리가 낯선 외지인을 경계하며 으르렁댈 뿐 어디에서도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농장 내부 비닐하우스 축사도 텅 비어 최근까지 타조를 사육한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인천 전세 사기 사건의 주범 남모(62·구속 수감 중)씨는 2018년 측근을 통해 법인을 설립한 후 자신이 개발 사업권을 따낸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망상1지구에 타조 농장을 만들었다. 이는 남씨가 6,700억원 규모의 국제복합관광도시 개발 계획을 세워 놓고 사업 예정지에 유일하게 설치한 시설이다.
남씨는 망상1지구 개발이 정상 추진 중이라는 홍보 수단으로 타조 농장을 적극 활용했다. 타조 농장을 기반으로 테마랜드를 만들겠다는 인터뷰 기사도 떠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농장은 작은 비닐하우스 몇 동을 세워 놓은 초라한 수준이었다.
함께 동행한 홍협 동자청망상지구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 국장은 “한동안 타조를 기르고 관리인도 있었는데 남씨가 구속되기 전부터 타조를 도축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더니 어느 순간 직원들이 철수했다”며 “(남씨 측이)친환경 관광을 주장했는데 여름에 냄새가 심해 민원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타조 농장을 중심으로 주변을 둘러싼 동해시 괴란동, 심곡동 일대 야산 1.8㎢(54만평)는 남씨가 경매를 통해 사들인 땅이다. 남씨와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은 이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와 상가를 짓겠다고 계획했다.
하지만 농장을 지나쳐 남씨 소유의 야산을 한참 올라도 굴곡진 경사의 산림이 펼쳐질 뿐이었다. 불과 1.5㎞ 떨어진 평야를 사업 구역에서 빼버리고 야산을 깎아가며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인근에서 농삿일을 하던 주민 A씨는 “외지인들이 ‘개발을 하겠다’고 왔다 갔다 할 때부터 불안감이 컸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말만 앞세운 꼴이 아니냐”고 분개했다.
같은 날 방문한 동해시청 인근 남씨의 사무실은 사실상 폐쇄된 상태였다. 남씨는 망상1지구 개발 추진을 위해 유한회사 동해이씨티를 차려 동해지역에서 이 곳 사무실과 홍보 사무소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굳게 잠긴 사무실 문에는 ‘사전 출입 승인자 외 무단 출입 금지, CCTV확인 후 법적 조치’라고 쓰인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이와 함께 ‘당분간 직원 상시 근무가 불가하니 우편물은 서울 사무소로 보내 달라’고 안내 중이었다. 사무실 우편함을 살펴보니 날짜 지난 신문과 통신 요금 고지서가 쌓이고 있었다.
심영섭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장은 “앞선 사업 추진 과정이 원활하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지만 이제부터라도 건실한 기업이 사업을 제대로 완성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