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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그린바이오 산업과 방향식물 ‘백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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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호 강원도농업기술원 농업소재연구팀장

최근 세계적으로 자원과 환경 등 사회적 문제 대응을 위해 그린바이오 산업이 대두되고 있다. 그린바이오 산업은 농생명 자원을 활용하여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신성장 산업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식물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농업 소재로 활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래서 천연물 신소재는 그린바이오 산업을 이끌어 갈 많은 잠재력과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 중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방향식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방향식물은 향기를 발산하는 특성을 지닌 식물로 허브를 통칭하기도 하며 오랫동안 약재나 향신료 등으로 사용되어왔다. 대부분 라벤더, 로즈마리, 페퍼민트, 타임 등 외래종 허브를 많이 알고 있지만 우리 토종 허브식물이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봄의 전령사 ‘쑥’, 방아잎이라 불리는 ‘배초향’, 단오에 머리 감는데 사용한 ‘창포’, 건강한 식재료인 곰취, 참나물, 산마늘 등이 그것이다. 특히, 식물의 향기가 백리(40㎞)를 간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백리향’은 우리나라 자생종이다. 백리향 잎은 독특한 향을 갖고 있으며, 백리향 차는 우울증이나 불면증과 같은 신경성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가지가 많고 포복성으로 자라므로 지피식물로도 유용하고 작은 꽃이 많이 달려 있어 밀원용 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백리향의 주요 성분인 티몰은 꿀벌응애 방제에도 효과가 있다. 이처럼 백리향은 농업적 활용 가치가 높은 자원식물이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은 그린바이오 융복합 기술로 강원도 오대산에 자생하는 방향식물로부터 천연향장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천연향장소재를 발굴하기 위하여 도내 오대산 자생 백리향을 수집하여 증식하고, 향취와 그 이미지에 맞는 향장품을 개발하여 지역 관광 상품과 연계할 수 있는 산업화를 추진 중에 있다. 농업기술원은 강원도의 청정한 지역적 특성을 살리고 오대산자생식물 백리향과 월정사의 전나무숲길로 이어지는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한다. 향은 사람의 인지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향을 맡으면 과거의 그 향과 관련된 기억과 상황, 추억 등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된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을 거닐며 느낀 백리향의 향기, 그 향기의 기억은 언제 어디서든 오대산 전나무 숲길로 우리를 데려다 줄 것이다. 백리향은 향장소재로서 치유 농업과 관광상품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고 앞으로 원료 생산 기반 확충 등 농업인 소득 창출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린바이오 산업의 핵심은 연구개발로 새롭게 발굴한 소재를 산업화하고, 농업 생산활동으로 소재를 공급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오늘날 농업은 식량산업만 전부라고 말할 수 없다. 미래를 선도해 나갈 산업으로 농업이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농생명 자원의 활용 가치를 높여야 한다. 천연 향료 자원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산업 소재로 연구개발의 폭을 넓히고 농업의 영역을 그린바이오 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강원도의 풍부한 천연자원은 가까운 미래 그린바이오 산업을 이끌어 나갈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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