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상월결사 회주)이 지난 31일 양양 낙산사 해수관음상 앞에서 봉행된 무산대종사 산대종사 부도탑 제막식 및 원적 5주기 추모다례재에서 생전 무산스님과 나눈 선문답(禪問答)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자승스님은 이날 제막사를 통해 인제 백담사에 무산스님이 주석할 때의 인연 하나를 소개했다. 하루는 무산스님이 자승스님을 불러 그의 방에 갔다고 한다. 삼배를 하고 나니 무산스님이 자신에게 쪽지 하나를 건넸다고 한다. 쪽지에는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 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라는 시가 적혀 있었다.
이 시를 받아든 자승스님은 “(무산스님에게) 생사가 차별이 없음을 말씀 드렸고, “해탈하셨음을 말씀하셨다”는 농을 주고 받았다”며 “(이날) 조실방장스님께서는 더 이상 사바세계에서 구할 바가 없구나. 더 이상 사바세계에 숨쉬고 살아야 할 이유가 없구나(하고) 당신 나름대로의 생에 대한 인연 정리를 하면서 게송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그때 문득 했다”고 말했다.
자승스님은 “(오늘)무산대종사의 5주기를 함께 한 이러한 인연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인연”이라며 “(무산)스님의 가피가, 스님이 전한 법이 낙산, 고성, 양양, 강릉, 설악으로 이어져 화재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가 진행된 낙산사는 무산스님이 주석하며 정진하다 도를 깨우친 곳, 이른바 ‘오도처’로 알려진 곳이다. 스님의 부도탑에 새겨진 ‘파도’가 바로 1989년 낙산사에서 깨달음을 얻어 써내려간 ‘오도송(悟道頌)’인 것이다. 낙산사는 스님의 영정과 함께 스님이 평생을 모시던 불상이 봉안된 곳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