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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어느 날,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아빠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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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출신 한정영 작가, 장편소설 ‘아빠는 전쟁중’

어느 날,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아빠가 돌아왔다.

아빠는 아랫목에 앉아 맞은편 벽에 걸려 있는 태극기만을 바라본 채 하교를 마친 ‘신우’를 반기지는 않았다. 신우는 그런 아빠의 행동에 화가 났다. 그날은 다른 날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아침에 반장 선거가 있었고, 아빠는 등교할 당시에는 신우를 알아봤다. 하지만 반장선거가 떨어지고 울적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신우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이럴 거면 아빠는 왜 집으로 돌아온 걸까.

전쟁 트라우마로 이상행동을 보이는 아버지와 한창 예민한 사춘기 중학생 신우의 삶이 원주 출신 한정영 작가의 장편소설 ‘아빠는 전쟁 중’에 담겼다. 아빠의 존재를 지우다시피 하며 살아온 신우의 앞에 갑작스레 찾아온 아빠의 모습은 어릴 적 그토록 그리워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태극기를 흔든 채 힘찬 박수 속에 등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빠는 잔뜩 움츠러든 채 이쪽저쪽을 살피며 엄마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왔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 베트남 소탕 작전에 나갔다가 민간인에게 함부로 총을 쏘아서는 안 된다며 소대원들과 싸우던 중, 베트콩이 던진 수류탄 파편에 맞은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일으킨 전쟁일까. 이들은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밀림을 헤매고, 옷을 다르게 입은 적을 쏘아야 했고, 동굴에 수류탄을 던져 넣어야만 했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소중한 자식인 이들을 총으로 쏘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버지는 결국 제정신이기보다는 미쳐버리는 것을 택했다.

여전히 전쟁 중이라 믿는 아빠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신우는 전쟁이 가져온 참혹한 상황에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꾸게 된 꿈속에서는 베트콩이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두려움에 떤 채 간신히 눈을 뜬 그 순간, 아빠가 신우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빠의 빛나던 그 눈을 마주하자 신우의 삶에도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빠, 전쟁이 끝냈대요. 그러니 아빠의 전쟁도 이제 끝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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