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강대국의 비결’

선조가 임진왜란이 끝난 지 6년 뒤인 1604년에 대대적으로 공신을 봉했다. 임금을 의주까지 수행한 이항복 등 86명을 호성공신이라 했는데, 여기엔 내시 24명, 임금의 말을 관리하는 이마(理馬) 6명, 의관 2명 등이 포함됐다. 왜적과 싸운 장수와 명나라에 구원병을 청한 사신을 선무공신이라 했는데, 이순신 등 18명이다. 전장에서 목숨 걸고 싸운 이들을 홀대하고 자기 곁을 지킨 이들을 애지중지했다. ‘선조실록’에 이를 기록한 사관이 ‘외람된 일’이라며 문제점을 제대로 짚었다. 의병장은 누구도 선무공신에 들지 못했다. 그러니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나라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이 세계 1위 군사 강대국을 장기간 유지하는 비결은 세계 최고 국방비 등 첨단 군사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훈제도와 국민들 사이에 가슴 깊이 뿌리를 내린 보훈문화가 미국을 장기간 유일 초강대국으로 유지하게 하는 힘으로 평가된다. 미국 제대군인부 보훈 예산(2022년 기준)은 약 344조원, 정부 예산의 4.6%로 세계에서 가장 비중이 높다. 한국 보훈처 예산(5조8,752억원) 1%, 캐나다(5조7,805억원) 1.2%, 호주(8조7,598억원) 1.4%에 비해 3∼4배 수준이다. ▼국가보훈 의식이 1% 증가하면 사회갈등 요인을 1.59% 감소시키고 연쇄적으로 경제성장을 유발해 20조여원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행정학회가 2022년 10월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 결과를 토대로 국가보훈의 사회갈등 조정 기능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보훈은 국가수호와 국민 통합의 상징이 된다. ▼호국보훈의 달 6월, 우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국가유공자들을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지 겸허하게 돌아볼 일이다. “국가는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는 믿음을 줘야 국민은 나라에 충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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