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우체국 시간제 운영 확대, 공공성은 안중에 없나

강원지역 농촌 우체국이 하루 3~4시간씩만 운영되는 시간제로 잇따라 전환되고 있다. 당장 다음 달 3일부터 ‘태백 통리 및 구문소동 우체국’과 ‘철원 근남 및 자등 우체국’ 등 4곳이 시간제를 시행한다. 도내 시간제 우체국은 2015년 평창에서 처음 도입돼 현재 16개 농촌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태백, 철원에 추가되며 더 늘어나게 됐다. 우체국을 시간제로 전환하는 이유는 경영 악화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가뜩이나 열악한 정주 여건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체국은 경영수익 대상이 아니다. 공익성과 기업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긴 하나 주민 편의를 최우선해야 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국가기관으로 공공성이 우선된다. 우정청의 기능이 수익성 창출에 급급한 나머지 지역 주민을 외면하고 있다. 국가 우정정책에 대한 불만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점포가 사라지면서 일선 시·군의 금융복지 사각지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말 강원지역 금융기관 점포 현황’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도내 금융점포는 485개로 전년 498개보다 13개나 줄었다. 그로 인해 2021년 강원도 금융포용지수는 0.246으로 전국 평균 0.316보다 낮았고 전국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 9곳 중 네 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우체국이 유일한 금융기관이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런데 우체국마저 축소 운영한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이 시간제 전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운영비가 많이 든다고 무작정 주민봉사기관인 우체국 운영 시간을 단축하면 어떻게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교통이 불편하고 인구 밀집도가 낮은 농촌지역 우체국이 축소 운영되는 것은 큰 문제다. 대도시는 그나마 다른 방도가 있지만 노령인구가 많고 우체국 수가 적은 소도시나 외곽지역의 경우 운영 시간 단축에 따른 주민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도 부득이 우체국을 축소 운영해야 한다면 명확한 전제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후속 대책을 강구해 고령층 등 지역사회를 위한 서비스에 대한 의무이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이동통신의 발달로 우편 업무 감소는 충분히 예상한 일이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우체국에서도 금융택배 업무가 가능하도록 사업 다각화의 길을 열어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정청이 지역 주민의 여론을 도외시하고 일방적으로 우체국 축소 운영부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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