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로 집이 철거되거나, 수 억원의 수리비가 발생하고도 이재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이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많은 '도심형 산불'에는 맞지 않아 나온 사각지대다.
저동에 거주했던 조 모(여·50)씨는 이번 산불로 2016년 지은 집이 불에 타 철거했지만, 이재민에서 제외됐다. 피해 조사단이 벽체와 지붕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반파(半破)나 전파(全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회재난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 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르면 주요 구조부(지붕, 벽체, 지붕 등)가 파손돼 개축이 필요하면 전파(주거비 4,000만원 지원), 수리가 필요하면 반파(〃 2,000만원)로 분류된다.
조 씨의 경우 지붕, 벽체, 지붕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전파, 반파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규정에는 없는 임의적인 '소파(小破) 피해자'로 분류돼 있을 뿐이다.
조 씨는 "기와 지붕을 뜯어보니 단열재가 모두 불에 탔고, 실내 그을음이 심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정도였다"며 "수리비 견적이 1억 8,800만원이 나와 고칠 상황도 아닌데 소파라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이재민이 아니어서 정부 지원금, 구호품도 받지 못했고 당장 거주 할 집도 없다.
강릉시에 따르면 주택을 기준으로 전파, 반파로 인정받지 못한 '소파 피해자'는 70명이다. 이 가운데 조 씨와 같은 상황에 놓여 대책을 호소하는 이들은 15명 정도다.
전 모(65)씨도 3층 짜리 펜션의 2층이 불에 타 수리비 견적이 1억원이 나왔지만 반파나 전파로 분류되지 못했다.
전 씨는 "샷시가 깨져 녹아내리고, 전기 배선 시설이 고장났고 그을음도 심해 생활이 어려운 정도였다"며 "산불로 불에 탔는데 이재민이 아니라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전 씨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소파 피해자들은 피해 조사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번 피해 조사는 1차로 강릉시, 2차는 강원도·강릉시가 합동으로 실시했다. 하지만 집 주인의 입회, 이의제기 신청 기간이 없었다. 강릉산불비상대책위원회는 소파 피해도 인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과거 산불은 주로 산에 인접한 목조주택이 피해를 입어 전·반파 피해로 분류가 가능했지만, 이번 경포 산불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 많아 소파로 분류된 건축물이 많다"며 "비대위 건의사항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