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출신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1987년 체제에서 탈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이론의 대가인 최 명예교수는 14일 한림대 도헌학술원이 주최한 ‘도헌포럼’ 강연자로 나서 현재 한국의 정치 환경을 진단하고, 대화를 통한 개혁과 시민사회에서 제기되는 의제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민주주의’ 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최 명예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의 기점인 1987년 6월 항쟁은 민주화운동 세력과 보수 세력 사이의 협약에 의해 피를 흘리지 않고 이뤄졌다”며 “민주화를 통해 민주주의의 틀을 갖추게 됐으나 국가 권력이 너무 강할 경우, 개혁의 폭은 상당 부분 제한되는 구조였다”고 분석했다.
최 명예교수는 양극화되는 정치권과 관련해서도 비판과 조언을 이어갔다. 특히 “촛불 시위 이후에는 정치환경이 비전을 갖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하면서 한국정치의 민주적 균형이 불안정해졌다” 고 진단하며 “한국의 보수와 진보(세력)는 필요 없는 대립으로 정상적인 제도의 틀을 통해 대화할 수 있는 규범을 없애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담론과 표현이 점점 과격해지고 있으나 논의의 내용은 민주화 이후의 과제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한계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모든 것을 자신의 주장대로 하고자 하는 것에서 탈피해 양보하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등 협약을 통한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향 강원자치도의 균형발전과 관련한 통찰도 눈길을 끌었다. 질의응답을 통해 한국의 지역 상황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최 명예교수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한국사회에서 작용하며 분권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의 방식이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분권화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특별자치도 체제를 통해 지역의 역사, 문화, 특성을 살리며 실질적인 분권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최장집 명예교수는 고려대 정치외교학 교수, 미국 워싱턴주립대 초빙교수,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분교 초빙교수, 코넬대 초빙교수, 일본 동경 아시아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및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한국정치연구회 회장, 한국산업사회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