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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2년만에 소설집 ‘굿’ 펴낸 전상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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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남이섬 이후 12년 만에 출간

◇ 전상국 소설가의 춘천 금병산 문학의 뜰 서재에서 새롭게 출간된 소설집 ‘굿’을 들어보이고 있다.

소설가 전상국이 열두번째 소설집 ‘굿’을 최근 상재했다. 2011년 ‘남이섬’ 이후 소설집으로는 12년 만의 출간이다. 지난 1년 아픈 몸 안에 갇혀 하릴없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작가가 어쩌면 마지막 일 수 있다는 심정으로 엮어 놓은 책이다. 지난 8일 춘천 금병산 문학의 뜰에서 만난 전작가는 “죽기 전에…”라는 말로 입을 뗐다.

“작년 유월부터…, 꼭 1년 됐지. 많이 안좋았어요. 몸이. 여러가지로. 무슨 다른 지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허리 수술을 하고, 근감소증 진단까지 받게 되고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오더라구요. 참 힘들었어요. 그때는 이 소설집을 죽기 전에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까지 했으니까.”

그래서 마음이 더 급해졌다. 그의 표현대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추스르는 것 보다 소설집을 마무리 하는 것이 먼저였다고 한다. 그런 그의 말 앞에서는 소설가가 지닌 숙명의 무게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의 이번 소설집에서는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특별한 흐름이 느껴졌다.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그가 남긴 작품들에 대한 해설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책의 들머리에 있는 김유정작가의 작품 등에 대한 오마주 작업이 그랬다.

선배작가로서 또 고향작가로서 (그를 알리는 일을 하면서) 글쓰는 일을 중단할 만큼 흠모했던 김유정작가의 소설을 내 나름대로 해석 해 본 것입니다. 김유정작가가 이런 가치 있는 작품을 남겼다는 것을 김유정에 미쳤던 사람으로서 한번 보여주겠다는 그런 생각으로 쓰게 됐습니다. 인간적으로 흠모한 황순원 선생도 마찬가지고요.

◇최근 소설집 ‘굿’을 펴낸 전상국 소설가가 강원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소설집의 표제작을 중편소설 ‘굿’으로 정한 이유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전쟁 그리고 그로 인한 분단 상황이 야기하는 억압과 부조리 문제를 글감으로 한 작가가 ‘동행’과 ‘우상의 눈물’, ‘아베의 가족’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열린 결말들을 수렴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결코 망각이 답이 될 수 없음을 ‘굿’은 말하고 있다.

“등단작부터 아베의 가족에 이르기까지 분단문제를 다룬 그동안의 작품들이 가해와 피해의 악순환 속에 비극은 상존하고, 모든 생활을 지배한다는 생각을 갖고 쓴 것이라면, (굿은) 그것을 마무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동안 모두가 피해자 일 수 밖에 없는 분단문제의 아픔에 대한 진단만 있었지 처방은 하지 못했죠. 이 소설을 통해 작가로서 무언가를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조형래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을 두고 해원(解冤·원통한 마음을 풂)의 결말이라고 분석했고, 전작가도 이에 동의했다.

전작가는 이제는 더 이상 소설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이 허락한다면”을 전제로 속마음을 털어 놨다. 장편소설을 하나 남기고 싶다고 했다.

유년시절의 경험을 현재의 시점에서 되돌아 본 것이 그동안의 작업이었다면 DMZ 문제처럼, 이제는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얘기를 쓰고 싶어요. 분단문제, 이산문제가 진부할 수 있지만 10살의 나에게 악령처럼 각인된 그 이야기들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계속하게 되지 않을까요.(웃음)

그의 또다른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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