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검게 탄 20m 소나무 쓰러질까 걱정…” 장맛비 두려운 산불 피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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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시작 불구, 산불 피해지 긴급 벌채 더뎌
산사태, 산지 사방 사업은 7월부터 시작 예정
반지하 15곳 물막이판 없어 “신속 대응 필요”

장맛비가 내린 26일 강릉시 안현동 산불피해 철거지역 비탈면에 산사태를 막기 위한 천막이 덮여 있다. 강릉=권태명기자

"산불 이후 비만 내렸다 하면 뒷산에서 흙탕물이 쏟아지네요. 장독대 놓기도 불안하니…."

26일 오전 강릉 산불 피해지인 저동에서 만난 김모(70)씨는 소나기가 내린 하늘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주택가 뒷산은 산불로 시커멓게 그을린 20~30m 높이의 소나무들이 그대로 있었다.
이웃인 김모(75)씨는 하수구를 막은 잔나무 가지와 쓰레기를 치우기 바빴다. 산불에 타고 남은 잔해물이 빗물에 쓸려 내려왔다. 김씨는 "축대나 옹벽 설치가 시급한데 복구작업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역대급 장마가 온다는데 산사태, 토사유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산불 피해목을 바라보는 눈길도 불안했다. 한모(60)씨는 "산불로 지반이 약해졌는데, 뿌리에 힘을 잃은 소나무들이 쓰러져 주택을 덮칠까 겁이 난다"며 "이번 산불도 '쓰러진 소나무로 인한 전선 단선'이 원인이었는데 또 반복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본격장맛비가 시작됐지만 강원지역의 침수 및 산사태 취약지는 방치돼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관련기사 5·13면

장맛비가 내린 26일 강릉시 안현동 산불피해 지역 임시주택 뒤로 산사태를 막기 위한 방지막이 덮여 있다. 강릉=권태명기자

26일 강릉시에 따르면 강릉 산불 긴급 벌채 대상 면적 62㏊ 가운데 8㏊만 벌채가 완료됐다. 사업비 전액(21억원)이 국비로 추진되는데, 아직 집행되지 않아 시 예산을 들여 일부만 벌채했다.

산사태 예방, 산지 사방 사업도 마찬가지다. 28개소 9.24㏊ 면적에 옹벽, 큰돌 등을 쌓는 사업은 7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시는 일단 방수포, 토낭 쌓기 등 응급 복구를 해놓은 상태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포비와' 태풍 ‘힌남노’ 피해를 입은 지역도 복구가 진행 중이다.

강원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호우 피해를 입은 공공시설 68개소 중 6곳은 아직 복구가 완료되지 않았다. 도로, 지방하천, 사유림 등이다.

도심 주택가에도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반지하 주택 41곳 중 26곳만 물막이판과 역류방지 시설 설치가 완료됐다. 춘천(12곳), 강릉(3곳)의 반지하 주택은 이번 주 중에 설치될 예정이다.

강원도는 하천 인근의 아파트 단지 24곳에 물막이판을 지원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왔을 때 포항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주민 7명이 목숨을 잃은 이후 취해진 조치다.

하지만 도내 아파트에 지급된 물막이판은 '이동식'이어서, 관리사무소가 긴급 설치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백민호 강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불 피해지는 집중호우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시급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침수 피해는 반복되는 만큼 기존 피해지를 위주로 긴급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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