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아버지 기일이었다. 엊그제 돌아가신 것 같은데 벌써 12년이 흘렀다. 지방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그 시절 가부장의 전형적인 분이셨다. 묵묵히 직장과 집을 오가면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셨다. 평소에 말씀이 거의 없으셨던 아버지께서 고등학교 2학년 가을쯤 어느 날 나를 부르시더니 집안 형편을 생각해서 상급학교 진학 시 국비가 지원되는 곳을 고려해 보라고 하셨다. 그 당시 누나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동생 2명도 나중에 대학까지 진학해야 해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셨던 모양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국비 지원 학교로 진학하여 졸업과 동시에 직업 군인(특정직 공무원)으로 본격적인 인생을 출발하게 되었다. 졸업(임관)식에 참석한 아버지는 그날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당신의 공무원 생활 경험 말씀과 함께 공무원 신분 특성상 “명예와 부(富)는 같이 갈 수 없으니 청렴하고 성실하게 복무할 것”을 신신당부하셨다. 그동안 공직 생활을 이어오면서 어려운 결정을 할 때마다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을 떠올리곤 했다. 청렴의 본질적인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개념도 확장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예산의 유용이나 횡령, 금품수수, 인사청탁 등 이권 개입 정도가 위반행위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에는 적극적이고 신속한 행정 처리, 친절하고 공정한 업무 자세, 투명한 정보 공개 등 국민의 요구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반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추세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공직사회와 관련하여 부패인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국민은 ‘공무원이 부패하다’는 물음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38.3%를 차지하고 있어서 반부패, 청렴 문화를 지속적으로 확산시켜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식을 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고 교육과 홍보를 시행하고, 위반한 사람에 대하여 응분의 제재 조치를 한다고 해도 청렴에 대한 실천 의지가 부족하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흔히 주변에서 업무도 곧잘 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한 능력 있는 사람 중에서 한순간의 실수로 인생을 망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한다. 이렇듯 공직사회에서는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적극적인 업무수행 자세 등에 앞서서 청렴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건전하고 신뢰받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첩경일 것이다.
강원지방병무청 조직구성원 모두는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깊이 인식하고 전 직원의 청렴 의지를 담은 청렴서약서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청사 현관에 게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청렴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단 하루의 쉼 없이 생활화하자는 의미로 ‘1년 365일, 늘~ 청렴 운동’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청렴 문화의 생활화를 바탕으로 우리 본연의 임무이자 병무청의 비전인 ‘병역(兵役)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나아갈 것이다. 다음 달 휴가 때 호국원에 잠들어 계신 아버지를 뵈러 갈 예정이다. 하늘에서 지켜보실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