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2008년 4월18일 광우병 위험 부위의 수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광우병 의심 사례가 발견되자 정부가 2003년 12월 미국산 쇠고기와 육가공품의 검역을 중단해 사실상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지 5년만이었다. 하지만 미국산 소고기는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괴담이 퍼지면서 전국적인 수입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그 해 5월부터 8월까지 장장 4개월 동안 연인원 수백만명이 동원된 정부 규탄 시위로 수도 한복판은 사실상 마비됐다. 이후 13년이 흘렀다. 2021년 우리나라는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그리고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산 소고기의 한국 수출은 금액 기준 24억5,600만 달러(3조600억여원)로, 중국(22억4,600만 달러)과 일본(16억7,000만 달러)을 앞서며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한국인은 광우병에 잘 걸리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청산가리 먹는 것이 낫겠다’ ‘미국인들도 미국산 쇠고기는 먹지 않는다’ 등 괴담이 쏟아지면서 온 나라가 광우병 괴담에 휩싸였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례는 아직까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보고된 게 없다. 그 때는 불신했던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이 지금까지는 분명 입증된 셈이다. 그런데도 왜 당시에는 협상 백지화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100일 이상 지속되고 정부에 대한 불신과 다른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확대되는 지경이 됐을까. 바로 정부와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속에 야당이 국민 반발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위험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으며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국민이 과학적 내용을 신뢰하고 정부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쉽게 판단했다. 그래서 광우병의 위험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정서는 철저히 외면한 채, ‘과학적 근거’와 ‘국제적 기준’만을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심각한 위협이라고 느끼고 불안해 했다. 야당은 이런 분위기가 대규모 집회로 번지는데 적극 동조했다. 결국 우리 사회는 큰 혼란을 겪고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미국산 수입소고기를 대신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그 자리를 차지한 모양새다. 온 나라가 난리다. 여야는 ‘먹방’과 ‘규탄 집회’로 맞서며 국민을 들쑤시고 있다. 이번에 배출될 오염수 양은 130만톤 가량이다. 태평양이 담고 있는 물 전체의 1,000억분의 1도 안 되지만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바다를 떠돌고 이것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한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현지시찰을 마친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은 중간보고서에서 ‘일본 오염수 샘플 분석이 정확했으며 유의미한 추가 핵종은 미검출됐다’고 밝혔다. 공신력이 있는 만큼 과학적으로는 사실상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원전 오염수 방류는 불확실성이 높고 일단 방류하면 통제가 불가능하다. 직접적인 영향을 피할 마땅한 방법도 없다. 이러한 부분들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따르라는 방식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과학적인 근거만 앞세워 안전성을 강요한다면 국민 10명 중 8명이 불안해 하는 상황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야당도 자칫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무시한 채 국민 정서만 계속 들쑤시는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비쳐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장외 투쟁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사회적 부담을 키운다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이번 사태를 함께 해결하는데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원전 오염수 방류에는 정부는 물론 여야, 국민간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양방향적 소통은 당장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줄여 준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수치나 외국의 사례가 아니다. 오염수 방류를 바라보는 불안감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맞춰 적절히 소통하며 갈등과 대립으로 또다시 국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나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