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본토와 1,000㎞ 떨어진 대서양의 작은 섬 ‘마데이라’는 포르투갈어로 ‘나무, 숲’을 뜻한다. 15세기 대항해 시대 울창한 산림을 개간하려 놓은 불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었고 마데이라에 포도 농사와 와인 제조업이 뿌리를 내리는 기반이 됐다. 이렇게 수백 년을 농업과 관광산업이 지배하던 마데이라는 자치권을 획득하며 변혁을 맞는다. 군사, 외교, 사법을 제외한 모든 권한이 이양됐고 마데이라는 정부와 독립된 재정 아래 세율 조정권을 무기로 경제 개혁에 나섰다.
자치권 획득 후 40여 년이 흘러 마데이라는 2019년 기준 포르투갈 내에서 리스본 광역시와 관광 중심지 알가르부 주에 이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 3위에 오를 만큼 급속도의 성장을 이뤄냈다.

강원자치도는 전체 면적의 82%가 산림으로 덮여 있다. 산림과 환경은 강원자치도의 소중한 자원이지만 동시에 개발을 저해하는 족쇄의 이면을 지녔다. 이제 막 산림, 환경, 농업, 군사 등 4대 규제의 빗장이 풀린 단계지만 마데이라의 사례처럼 강원자치도가 향후 고도의 자치권을 토대로 발휘할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세율 스스로 정해 재원 확충=마데이라 자치주에서 거둬들인 세금은 마데이라를 위해 쓰이는 것이 원칙이다. 마데이라 자치주의 한 해 예산은 20억 유로(27일 기준 한화 2조8,429억원) 내외로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은 10%뿐이다. 이마저도 재난 복구, 도로 정비 등의 기반 시설을 유지하는 데 투입된다.
마데이라 자치주는 국세 세율을 본토 대비 30%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녔고 이를 재원 마련의 도구로 사용한다. 마데이라 자치주의 세금은 크게 법인세, 주민세, 소비세로 구분된다.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법인세의 과세율은 14.7%로 21% 수준인 본토와 차이가 크다. 마데이라 국제비즈니스센터(IBC)에 등록된 무역·통상 기업은 이마저도 법인세를 5%까지 낮춰준다.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기업을 유치하고 세금 징수액을 늘리는 전략이다.
주민세는 본토와 마찬가지로 소득에 따라 8개 구간을 나눠 징수하지만, 소득 하위 4개 구간에 속한 마데이라 주민들은 본토 대비 세금을 30% 인하받는다. 소비세의 경우 6~23%가 부과되는 본토와 비교해 1%를 낮춘 5~22%가 부과되고 있다.
조르지 까르발유 마데이라 자치 주 부지사는 “주민 세금을 낮추면 자치 정부 재원이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주민들이 세금을 낼 돈을 소비 활동에 쓰고 이 과정에서 다시 과세가 이뤄지는 ‘작은 행정’을 표방한다”고 말했다.
이어 까르발유 부지사는 “경제 인구의 세금 탈세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세금 감면은 이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데이라 자치주의 각 도시들도 일정한 세금을 자체적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과세 제도를 갖췄다.
마데이라 공항을 배후로 둔 도시 산타크루즈의 경우 주민 찬반 투표를 거쳐 관광세를 도입, 호텔 투숙객 등에게 일괄 징수하고 있다. 마데이라의 중심 도시 푼샬 역시 관광세 도입을 위한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 보장 분야도 스스로=마데이라 자치주는 교육, 의료 등 사회 보장의 성격이 짙은 분야도 자체 예산을 투입해 유지한다. 자치 시대가 열리기 전인 1976년 섬 전체에 2곳뿐이던 고등학교는 현재 15개로 늘었다. 1976년 60%에 이르던 문맹률은 10%로 낮아졌고 고령층으로 한정된다. 디지털 수업, 영어 수업 등의 교과 과정도 본토와 별개로 마데이라 자치주 교육부에서 계획하고 있다.
의료 사업은 질병 예방을 중심으로 예산이 투입된다. 다만 중앙 정부의 지원이 한정돼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응급실 운영 등의 의료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다. 마데이라 자치 정부는 교육, 의료 분야에 대한 중앙 정부의 지원 확대를 바라는 상황이다.
■200년 투쟁 끝에 얻은 자치권=마데이라의 자치권 투쟁 역사는 2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00년대 초 마데이라에서 발간된 신문은 자치주 구상과 관련한 기사가 담겼고 1900년대 초 행정 분야의 자치권이 부여된 후로는 경제, 입법 등의 자치 요구가 뒤따랐다. 1910년 왕정체제가 붕괴되고 공화정 수립을 계기로 자치 운동이 다시 일었지만 실패를 맞았다.
1974년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을 시발점으로 1978년 ‘마데이라 자치지역 지위법’이 제정·시행되면서 마데이라는 진정한 자치 시대를 열었다. 2004년 마지막 헌법 개정 이후 현재도 자치 범위 확대를 위한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포르투갈 마데이라=정윤호 기자
본 기사는 강원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