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지·구·소·책] 우리가 버린 음식물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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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근화동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장 가보니
일 평균 60톤 수거·처리 코끼리 10마리 규모
오수는 바이오가스, 내용물은 퇴비로 재활용
재활용품 수요 낮아 문제 결국 배출량 줄여야

◇춘천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장 호퍼에 모인 음식물쓰레기.

최근 대기업에서 만든 점보 도시락이 인기다. 적게는 1만 원에서 많게는 5만 원까지 소비자는 돈을 주고 이를 구매한다. SNS에 올리기 위한 목적이 대다수다. 사진을 찍고 난 후, 먹다 남은 음식은 가차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숲은 계속해서 사라지지만, 만들어진 음식은 만듦과 동시에 버려지기를 반복한다. 79억 명이 사는 지구에 10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부터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한 해 동안 생산되는 식품 40억 톤의 3분의 1이 식탁에 오르기 전에 버려진다는 것이다. 이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제조·유통·소비·폐기의 단계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 정도가 지구에게 버려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는 인간이 버려질 음식을 만들고자,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마주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허파라 불리는 강원도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는 지난달 27일 오전 8시 30분께 춘천 근화동에 위치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을 찾았다.

◇춘천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장에서 노동자가 호퍼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호퍼 내부에 쌓인 음식물쓰레기.

이른 시간이었지만 진입로는 줄 지어 들어서는 수거차량들로 분주했다. 주황색 수거차량들은 차단기를 통과한 뒤, 도로 위에 설치된 계량기 위에 잠시 섰다가 처리장 안으로 진입해 쓰레기를 쏟아붓고 나오는 과정을 반복했다.

건물 밖에서 만난 이기환 춘천사업소장은 기자들을 쪽문으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정면은 외부를 등은 내부를 바라본 채로 문간에 서볼 것을 권유했다. 공기가 바깥에서 안쪽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소장은 악취 차단을 위해 음압 설계를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걸음 들어서자, 바깥과는 확연히 다른 공기가 코를 찔렀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냄새의 근원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바닥이 까마득할 정도로 깊은 호퍼였다. 수거차량들이 가장 먼저 쓰레기를 쏟아넣는 용기가 바로 이것이다.

근화동 처리장의 호퍼에는 하루 평균 60톤의 음식물쓰레기가 모인다. 강원도 전체로 따지면 2021년 기준 일 평균 15만톤(통계청 집계). 코끼리 3만 마리와 맞먹는 무게의 음식물쓰레기가 매일 강원도에서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가까이 다가가 내려다본 호퍼 밑바닥에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그대로 음식물쓰레기가 쌓여있었다. 시민들이 내놓은 봉투 상태로 수거된 음식물은 파쇄선별기를 통과하며 봉투에서 찢겨져 나오고, 이 과정에서 뼈, 달걀껍데기, 조개껍데기, 일회용품 같은 이물질 또한 걸러진다. 마침 호퍼 왼편에 설치된 컨베이어벨트에서 기다란 막대기로 이물질을 걸러내는 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종량제봉투를 제외하고 음식물에 섞여 들어온 이물질은 기계 효율을 낮추고 음식물쓰레기의 재활용률을 떨어트리는 역할을 한다. 이 소장은 "종종 이물질이 끼어 기계 작동이 중단될 때가 있는데, 그 경우 처리시간이 4~5시간씩 지연되기도 한다"며 "배출과정에서 음식물과 소각용쓰레기를 잘 구분해 버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음식물쓰레기에 섞여 배출돼 파쇄선별기에서 걸러진 금속봉.
◇음식물쓰레기를 탈수, 건조하는 장치.
◇모든 처리 과정을 마치고 저장탱크에 모이는 음식물쓰레기.

호퍼를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아파트 3층 높이는 될 듯한 원통형 통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해저류조와 탈수기다. 해당 장치를 거치며 음식물은 압착, 탈수되고 이때 발생한 물은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음식물에서 나온 물은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축산농가에서 배출된 분뇨와 혼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이물질 분리부터 파쇄, 탈수까지 모든 단계를 거친 음식물은 저장탱크에 모여 퇴비·사료화 시설로 반출된다. '음식물쓰레기는 재활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과 다르게 음식물에서 나온 폐수와 내용물 모두 바이오가스로, 또는 사료·퇴비로 재가공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국내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의 재활용률은 90%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처리장의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높은 재활용률이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쓰레기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재활용 폐기물량과 비교하면 재활용 제품 판매량의 수요는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득 어릴 적 학교 급식실에 적혀 있던 문구가 생각났다.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기”. 많이 먹고, 적게 먹는 것보다 무엇이든지 적당히, 가능한 만큼만 먹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구가 홀로 견딘 음식의 무게를 이제는 인간이 짊어져야 할 때가 왔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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