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이상기후의 발생으로 인한 각종 재난 재해다. 이달 초부터 시작한 장마는 집중호우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퍼붓듯이 내렸고, 큰 재해를 불러왔다. 자연재해를 인간의 힘으로 온전히 막아내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작은 관심과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력한 예방책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장마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장마에서 너무나 대비되는 두 사고가 있었다. 정선의 산사태와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다. 정선 산사태의 경우 지난 6일과 7일 1~3톤가량의 낙석 발생 신고를 받은 정선군과 정선경찰서가 드론까지 띄워 150m 상부의 절리를 살폈고, 7일 오전 11시부터는 아예 군도 3호선 차량 소통을 전면 통제했다. 교통량도 적고 낙석 발생이 잦은 곳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수 있겠지만, 현장의 공무원들은 또 의심하고 다시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결국 9일 300여톤의 낙석이 쏟아지더니 13일에는 1만3,432톤의 대규모 산사태가 났다. 하지만 군도 3호선을 이용하는 6개리 510세대 899명의 주민 중 누구 하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15일 미호강이 넘치고 임시 제방마저 무너지며 6만톤의 물이 지하차도를 집어삼켰다. 전담수사본부가 차려지고, 연일 언론에서는 지하차도 진입을 미리 통제하지 못한 지자체와 경찰 등 재난 당국의 부실한 대처를 지적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다. ▼시경(詩經)에 ‘상두주무(桑土綢繆)’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지혜로운 새는 장마가 오기 전에 뽕나무 뿌리를 물어다가 둥지의 새는 곳을 막아 큰비에 대비한다’는 뜻이다. 이미 우리는 과거부터 홍수와 가뭄, 태풍 등 자연재해를 겪어 왔으며, 큰 피해를 입고 난 뒤에야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던 경험이 너무나 많다. “도로를 통제하면 주민들에게 엄청 욕을 먹는다. 하지만 욕을 먹더라도 안전을 위해 통제해야 할 것 같다”고 보고했던 공무원에게 오히려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