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24)씨가 숨지기 전 학생들 다툼 문제로 학부모와 일주일 동안 여러번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31일 "이른바 '연필 사건'이 발생한 12일부터 고인이 사망한 18일까지 A씨와 학부모 사이에 통화가 수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A씨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24일 학부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A씨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분석했다.
이 학부모는 극단적 선택의 계기로 지목되는 '연필 사건' 당사자다. A씨가 담임을 맡은 학급 학생이 지난 12일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일이 있었고, 이와 관련해 A씨가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4일 학부모가 A씨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 전화했고, A씨가 방학 때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다만 유족과 학부모 측 입장을 고려해 정확한 연락 횟수 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또 유족에게 고인의 휴대전화와 아이패드를 제출받아 포렌식 할 예정이다.
경찰은 연필 사건 이전 A씨와 학부모 사이 통화내역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업무용 메신저인 '하이톡' 대화와 교내 유선전화 통화내역도 확인해 A씨 사망과 연관성을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교내 폐쇄회로(CC)TV와 A씨의 업무용 PC, 업무일지, 개인 전자기기 등을 확보해 사망 전 행적을 파악하고 있다.
A씨의 일기장 내용이 일부 언론에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유족이 고소·고발할 경우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교사들이 공개한 개인 연락처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 창구로 악용되면서 교사들의 고충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 개인의 연락처 공개 없이 학부모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 앱이 활성화돼 있다. 일부 교육청은 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전화번호를 제공하는 등 제도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교사는 학부모에게 개인 연락처를 공개한다.
맞벌이 등으로 일과 시간 후에야 연락이 자유롭거나 긴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야 한다는 학부모의 요청을 교사들이 거절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성적 확인, 수행평가 알림 등 학생들과의 즉각적인 단체 공지를 위해 교사들이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사들이 공개한 개인 연락처가 시도 때도 없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 창구로 악용되면서 교사들의 고충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숨진 서이초 교사 역시 개인 휴대전화로 학부모의 민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교육계에서는 학부모 민원 처리와 소통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교사 개개인이 처리하던 학부모 민원을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처럼 학교 홈페이지, 메일 등에 개설된 통합 민원 창구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교육부 역시 최근 비슷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본부장은 "교사 개인이 느끼는 민원 부담감이 크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사적 창구를 공적 창구로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의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고 학부모와 전화 통화가 가능한 공공 앱을 교육부가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