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피해자가 피해금 등을 받지 않을 경우 피고인은 민법상 변제공탁제도(민법 제487조)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위하여 피해금 등을 공탁하고, 이를 양형참작자료로 활용하여 왔다.
민법상 변제공탁제도를 이용하여 피해금 등을 공탁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공탁서에 기재해야 하는데, 피해자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정책으로 인해 민법상 변제공탁제도를 이용하여 피해금 등을 공탁하기 어려워졌으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지하면서도 피고인의 피해 회복에 대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 형사공탁 특례제도(공탁법 제5조의 2)가 도입되어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형사공탁 특례제도로 인하여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그 피해자를 위하여 형사공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형사공탁의 주요 절차는 다음과 같다.『① 피고인이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을 확인할 수 있는 서면(소송계속증명원),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이 기재된 공소장 부본이나 조서·진술서·판결서 사본, 법령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음을 확인하는 서면(공소장 부본, 재판장에 의해 불허된 재판기록 열람·복사 신청서 사본 등) 등을 첨부하여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형사공탁신청, ② 공탁관의 심사, 공탁의 수리 및 피고인의 공탁물 납입, ③ 공탁통지에 갈음한 공탁관의 인터넷 등에 공고, 법원 및 검찰에 공탁사실 통지, ④ 법원은 피해자 변호사에게 형사공탁사실을 고지(피해자 변호사는 법원에 형사공탁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음), ⑤ 피고인이 형사공탁서(회수제한신고 포함)를 법원에 양형참작자료로 제출』
형사공탁 특례제도로 인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 등을 하지 않고도 피해금 등을 공탁할 수 있게 되었기에,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피해자를 위한 진정한 피해 회복 보다는 오로지 피고인의 선처만을 위한 제도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금 등의 공탁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더라도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될 수 있을지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피해금 등의 공탁이 형사사건에서 특별감경인자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며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한 끝에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를 표명한 것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형사공탁이 특별감경인자로 적용되기 위해서 피고인은 형사공탁을 하였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라 ‘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였다는 사실 등도 소명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피해자의 공탁수락의사 유무, 피해규모와 공탁액수의 부합정도에 대한 피해자의 의견을 양형조사 등을 통해 확인하는 등 다양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형사공탁을 특별감경인자로 적용할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시행된 이후 많은 형사사건에서 형사공탁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형사공탁을 하면 무조건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다만 경미한 형사사건 등에 있어서 피해자 측이 사회통념상 지나치게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며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