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8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찾은 민긍호 의병대장 묘역은 '참담하다'라는 말 외에는 그 어떤 말도 표현할 길이 없었다.
국권을 피탈당한 시기 망국의 군인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하며 일본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민긍호(1865~1908) 의병장의 묘소는 잡풀에 뒤덮여 더없이 초라했다. 묘소 근처로 가까이 다가서자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있던 꿩 한 쌍이 푸드덕하고 날아가는 모습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묘소 앞에 있는 민긍호 충혼탑 주변을 누군가 빗자루질을 한 덕분에 잘 정돈돼 있는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민긍호 의병장은 강원도를 중심으로 활약하며 100여 차례 크고 작은 전투에서 전과를 올리며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대표적인 항일 투사다. 일제의 총탄에 순국한 민 의병장의 애국정신은 원주의 큰 자랑이지만 민 의병장의 혁혁한 전과를 전하고 나라사랑의 정신을 일깨우는 표지석이나 안내문은 취약했다.
묘소 입구에 있는 '관동창의대장 민긍호 묘소'라는 제목의 현황판 만이 민긍호 의병장의 흔적을 알려줬다. 그러나 오랜 세월 탓에 현황판에 새긴 글자도 듬성듬성 떨어져 한 눈에 읽기 불편할 정도여서 정비가 필요했다.

묘소 앞에 있는 충혼탑 뒤편에는 1954년 충혼탑 건립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정일권의 추도사가 새겨져 있어 논란일 빚고 있다. 만주군 헌병대장 출신인 정일권은 국회의장, 국무총리까지 지냈지만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돼 있기 때문이다.
역사단체들은 추모탑 재건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체적으로 안내판을 설치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해 독립운동가와 친일파가 섞여 있는 굴곡진 역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는 문구를 새겨넣었다.

광복절을 앞두고 국가보훈처는 미국과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쿠바 등 7개국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 31명을 초청했다. 여기에는 민긍호 의병장의 증손녀인 민 나탈리아(48·카자흐스탄)씨와 민 콘스탄틴(48)씨도 포함됐다.
민 의병장의 후손들이 잡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민 의병장의 묘소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 지 아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탁연한 광복회 원주연합지회장은 "민긍호 의병장의 나라사랑 정신을 올곧게 일깨우기 위해서는 현재 묘역을 더 넓은 곳으로 옮겨 교육의 공간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묘역을 옮겨 새롭게 정비할 경우 정일권의 추도사가 새겨진 충혼탑도 민의를 모아 새롭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